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을 암살한 범인들 가운데 주동자로 지목된 크리스티앙 에마뉘엘 사농을 둘러싸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사농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아이티 경찰에 체포됐다. 암살범들은 미국 마약단속반 요원으로 가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 경찰은 사농의 집에서 미국 마약단속반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총알 20상자, 총기 부품, 도미니카공화국 자동차번호판 4개, 자동차 2대 등을 발견했다.
특히 아이티 경찰은 “사농이 암살범들 연락을 받은 뒤 배후세력으로 추정되는 신원 미상의 두 사람과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다.
아이티 경찰의 브리핑과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사농은 미국 플로리다주와 걸프 해안,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도 거주한 적이 있는 아이티인이다. 아이티에서 유명 의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주 기록에 따르면 사농은 20년 동안 의료 촬영, 물리치료, 화석연료 거래, 부동산 및 채식 관련 등 총 12개의 사업을 벌였다. 다만 플로리다 보건부 기록으로는 그가 의료 분야에 종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2013년 플로리다에서 파산신청을 하기도 했다. 당시 사농은 법정에서 자신을 아이티 티바레 복음주의 교회의 목사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사농이 올린 유뷰트 영상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2011년에 올린 영상에서 “아이티는 국가도 국민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지도부가 부패했다고 비난했다.
사농은 아이티에 우라늄, 석유를 비롯해 정부 관리들이 가져간 자원들이 있음을 주장하며 “900만명의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자원을 갖고 있는데 가난할 리가 없다.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우리 삶을 바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2000~2010년 사농과 함께 일했다는 플로리다주의 목사 래리 콜드웰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그 친구를 잘 안다. 그는 그런 잔혹한 살인 범죄에 참여할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이티 경찰의 조사결과 당초 범인들의 목적은 모이즈 대통령 암살이 아닌 납치였다. 사농은 ‘CTU’라는 보안업체를 통해 작전에 가담할 인물들을 모집했다. 모두 사농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가 나중에는 암살로 목적으로 바뀌었다.
아이티에선 대통령 경호 책임자였던 디미트리 에라르가 수개월 전에 에콰도르, 파나마로 떠난 것에 주목한다. 그가 암살 용병 모집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 중이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