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학생자치위원회 선거 시 교사가 학생 후보의 공약과 연설문을 사전 검토·수정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침범한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교사가 학생회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삭제하는 등 학생회 선거관리규정을 마련할 것을 A중학교장에게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인권위 권고는 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A중학교 재학생이 학생생활안전부 교사가 모든 후보자의 공약과 연설문을 사전 검토한 후 수정토록 지도한 것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재학생은 두발과 복장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제시했으나 교사가 이를 수정토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학칙 개정은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인데 마치 후보자 의지로 개정할 수 있는 것처럼 잘못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해 수정을 권고했다”며 “자칫 혼탁해지기 쉬운 선거운동에 대한 사전적 처방을 통해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도록 지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교사의 방침이 교육적 차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후보자의 공약과 연설문 내용을 제한하는 행위는 그릇된 관행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교육을 빌미로 아동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이유다.
인권위는 “선거는 교과 활동에서 배우기 어려운 민주시민의 역량을 습득하는 기회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공교육에서 배운 지식을 스스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후보자가 공약과 연설문의 옳고 그름, 타당성과 부당성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