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워하는 젊은 여성이…” 호주 백신 광고 논란[영상]

입력 2021-07-13 11:18 수정 2021-07-13 12:54
12일부터 방영된 호주 백신 광고. 유튜브 캡처

호주 정부가 제작한 코로나19 백신 광고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광고 내용이 호주 실정과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커지면서 되레 정부의 백신 정책에 대한 비판을 재점화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의 하나로 백신 광고 방영을 시작했다.

30초 분량의 백신 광고에는 한 젊은 여성이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거친 숨을 내쉬고 있다. 고통스러워하는 여성의 모습과 동시에 화면에는 “누구든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집에 머무세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세요. 백신을 예약하세요”라는 문구가 나온다.

12일부터 방영된 호주 백신 광고. 유튜브 캡처

젊은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구성은 젊은 층에 접종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이들 연령층의 대부분은 백신 접종 자격이 되지 않아 비판이 제기됐다.

빌 보우텔 뉴사우스웨일스대 부교수는 젊은 여성의 호흡곤란 장면에 대해 현재 백신 계획에 따르면 40세 미만인 사람들은 접종 권고인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실정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현재 호주는 화이자 백신이 부족해 당초 정부의 백신 계획에 차질이 생긴 상태다.

광고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생생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집에 머물고 방심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있다”며 “밖을 돌아다니는 젊은 층들이 자신과 공동체를 위험에 밀어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에는 비판이 있기 마련”이라며 “불과 몇 주 전에는 저승사자를 인용해서라도 광고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호주 백신 광고에 등장한 "집에 머무세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세요. 백신을 예약하세요"라는 문구. 유튜브 캡처

그간 호주 정부의 백신 정책에 쌓인 시민들의 불만이 증폭되면서 이번 광고를 둘러싼 논란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모리슨 총리는 40세 미만은 접종 자격이 되지 않아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보건 당국 고위급 관리자들이 혈전증의 위험성을 고려해 젊은 층에 화이자 접종을 권고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일관되지 않은 정부의 메시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백신 정책 자체를 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호주는 선진국 중 비교적 낮은 감염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델타 변이가 확산하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