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13일 “정권 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 세력의 교체 또는 의사 결정 세력의 교체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탑승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우리 정치는 모든 것을 양극단으로 재단하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여야가 바뀐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문제나 경제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까에 대해 회의적”이라면서 “정치판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 참여 의지를 보이면서도 국민의힘 입당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제3지대에서의 독자적 행보를 예고한 것이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총리는 이어 “단순한 정권교체로 인해 바뀌는 건 없다”며 “아래로부터의 반란, 즉 시민들의 목소리 또 정치참여와 의사결정 참여 등으로 톱다운 방식과 조합될 때 우리 사회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는 오는 19일 ‘대한민국 금기 깨기’라는 책을 출간한다. 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도 김 전 부총리는 “(금기를 깨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 전 부총리는 다만 ‘대선 출마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제가 책을 쓴 이유는 절박감 때문이었다”며 확답을 피했다.
김 전 부총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대권행에 대해서는 “현 정부에서 대권 주자를 키웠다는 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부총리 때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한 경제정책 문제에 대해 소신껏 이야기했고, 청와대와 치열한 논쟁도 벌였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총리는 “정치를 목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적은 없다. 정권과 대립이 아니라 정책에서의 대립각이었다”고도 했다. 문재인정부 초기 부총리를 지낸 인물로서 정치를 시작하더라도 두 사람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두 분께서 정치적인 행보를 하시고 앞길을 가신 것에 대해 뭐라 얘기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내 책 속에 대한민국이 나갈 비전과 대안을 제시했다. 그분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상당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을 만날 의향이 있나’는 질문에는 “대한민국 경장(개혁)을 위해 생산적 토론을 하는 것이라면 두 분뿐만 아니라 어떤 분들하고도 만나 토론하고 머리를 맞댈 자세는 돼 있다”고 답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정경쟁과 관련해선 “일리가 있긴 한데, 생각해볼 점은 있다”라면서 “실력주의가 나름대로 공정하다고 생각은 할 수 있지만 거꾸로 뒤집으면 실력주의라고 하는 외피를 쓴 세습주의도 많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