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최고령 오옥추 해녀 “4.3때 죽을 때 죽더라도…“

입력 2021-07-13 06:59 수정 2021-07-13 07:56
이예숙 혼디국악원장(오른쪽)이 12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이 마주보이는 해녀들의 일터에서 자신의 시어머니이기도 한 현역 최고령 오옥추(88) 해녀로부터 삶의 애환이 담긴 해녀들의 민요를 조사하고 있다. 제주=정창교 기자

제주도의 관광명소인 서귀포 성산일출봉 바닷가에서 한 해녀가 수산물을 채취한뒤 육지로 끌어올리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귀포=정창교 기자


현역 최고령 오옥추 해녀가 12일 서귀포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해녀들의 쉼터에서 성산포 해녀들의 삶이 담긴 구전민요를 들려주고 있다. 오옥추 해녀는 젊은 때 전라도와 경상도를 다니며 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할 때는 더욱 신바람이 난듯 했다. 서귀포=정창교 기자

12일 제주도 4.3 현장인 북촌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차영수 해금 명인의 집 거실에서 조용현 기타리스트(왼쪽부터), 이문주 서도소리 인간문화재, 이예숙 혼디국원장, 차영수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회 종묘제례악 이수자가 해녀들의 구전민요를 채록한뒤 악보화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차영수 명인은 북촌마을에 자리를 잡고 제주도내 2개 학교에서 후진을 양성하면서 4.3유족회 관계자 등 북촌마을 주민들에게 마당을 개방해 작은 음악회를 여는 등 제주도 사람들의 삶속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정창교 기자

“4.3때는 죽을 때 죽더라도 일을 안할 수 없으니까 물일을 했다.”

현역 최고령 오옥추(88) 해녀는 12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제주도 해녀들의 애환을 이같이 말했다.

오옥추해녀는 “16세때 시작한 일을 힘에 부치지만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면서 “성산포에서 함께 일하던 130여명의 해녀들이 지금은 50명으로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최근에도 바다에서 3명의 해녀가 세상을 떴다”면서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지만 성산일출봉 계단 무대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낮 12시와 오후 3시에 공연을 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옥추 해녀는 이날 해녀들의 애환이 담긴 구전민요를 채록하기위해 현장을 방문한 둘째 며느리 이예숙 혼디국악원장과 이문주 서도소리 인간문화재 및 차영수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 등에게 해녀들이 물일을 하며 불렀던 다듬어지지 않은 노동요를 선보여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오옥추 해녀는 “해녀들은 어디가서 배운 것도 아니고 자신들의 신세타령을 노래가사에 담아 불렀다”며 “신세타령이 담긴 민요를 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그 힘으로 자식들을 길러냈다”고 강조했다.

오옥추 해녀는 자신을 찾아온 일행에게 “제주가 고향인 부모님이 100세까지 장수했다”며 “힘이 닿는데까지 해녀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옥추 해녀의 둘째 며느리인 이예숙 혼디국악원장은 오는 11월 5일 제주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 정기공연을 통해 성산포 해녀들의 구전민요를 악보화해 발표할 예정이다.

서귀포=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