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퇴장 후 5.1% 오른 9160원 결정…文정부 1만원 결국 ‘무산’

입력 2021-07-13 05:41 수정 2021-07-13 10:21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인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됐다. 문재인정부의 공약이었던 1만원은 결국 무산됐다. 이번 최저임금은 노사 양측이 모두 반발해 퇴장한 상황에서 결정됐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2일 밤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이같이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440원(5.1%) 인상된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이다.

표결에 부쳐져 찬성 13표, 기권 10표로 가결됐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에 반발해 표결 전 전원 퇴장했다.

앞서 이날 오후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으로 9030~9300원을 제시했다. 인상률로는 3.6~6.7% 수준이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사실상 최종안인 3차 수정안으로 각각 1만원(16.4% 인상)과 8850원(1.5% 인상)을 제시했지만, 더 이상 격차를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노사 대립 구도에서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자 최저임금 1만원 사수를 주장해온 민주노총은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회의장 퇴장 후 기자들과 만나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3.6~6.7%는 도저히 받아들이고 논의할 수 없는 수치”라며 “이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일갈했다.

민주노총 퇴장 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과 사용자위원 9명이 남은 상황에서 공익위원들은 9160원을 제시했다. 경영계도 이에 반발했고, 모두 기권표를 던진 뒤 퇴장했다. 노사 모두가 퇴장한 가운데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5.1%는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내년도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이날 최저임금 결정 뒤 브리핑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주요 방법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봤을 때 내년 최저임금은 정상을 가정하며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컨센서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노사 모두 최저임금 결정 수준에 반발하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당장 경영계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으로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경제 현실을 외면한 채 이기적인 투쟁만을 거듭한 노동계와 이들에게 동조한 공익위원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계도 아쉬움을 토로하긴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무산된 것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이었던 7.4%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적용 연도를 기준으로 2018년 16.4%, 2019년 10.9% 2년 연속 두 자릿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2.9%로 꺾였고 올해는 역대 최저 수준인 1.5%로 떨어졌다. 내년엔 5.1%로 결정돼 평균 인상률은 7.36%다.

박준식 최임위 원장은 “최저임금을 만원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의지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정치권에서 중요한 정책적 약속 중 하나였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정책 열망이 강했다”며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초기 2년 최저임금의 인상 의욕에 비해 현실이 뒷받침하지 못한 측면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이 의결됨에 따라 최임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최저임금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고용부 장관이 이의제기 절차 등을 거쳐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고시에 앞서 노사가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만, 재심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