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던 육군 장교에 의해 강간 등을 당하고, 사건을 수사한 군사경찰은 2차 가해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육군은 12일 이 같은 의혹에 “군사경찰이 수사 후 기소의견으로 지난 6월 군 검찰로 송치했으며 현재 군 검찰이 피의자를 구속한 가운데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민간인이자 피해 당사자라고 소개한 A씨는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육군 장교한테 강간당했어요. 도와주세요. 제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에서 A씨는 “육군 장교인 B중위에게 강간상해·리벤지 포르노(연인 간 보복성 음란물)·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사건은 3월 8일 시작됐다. 당시 연인이던 두 사람은 이사를 위해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차 안에서 다툼이 생겼고, 운전하던 B중위는 과속 및 급브레이크를 밟는 등 위험한 운전을 했다.
이후 집에 도착한 뒤 B중위는 A씨와 대화를 시도했다. A씨는 “(B중위와의 대화를) 거절하자 강제로 입을 맞추고 옷을 벗기려고 행동하고, 큰소리를 지르며 때리려고 했다”며 “계속 저항하자 구석으로 끌고 가 팔과 어깨를 강하게 잡고 소리를 지르는데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B중위가) 휴대전화를 빼앗아 바닥에 던지며 신고를 하지 못하게 막았다”며 “B중위가 출근한 뒤 민간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한 것을 안 B중위에게서 ‘너 내 인생 망치는 꼴 보고 싶냐’라며 당장 신고를 취하하라는 전화를 수십번 받았고, 끝내 ‘내가 신고당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신고했냐’라는 B중위의 협박이 두려워 경찰 신고를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신고를 취하한 대신 담당 형사에게 A에게 강하게 경고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당시 사건 이후 4월 5일 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또다시 다툼이 생겨 이별을 고하자 B중위가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고, 거부하는 자신을 힘으로 밀어붙여 강제로 집까지 끌고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A씨는 “그 이후는 강간상해를 당했고 얼굴 및 신체 부위를 맞는 등….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이후 B중위가 ‘신고하면 가족과 친구들에게 영상 다 뿌릴 거다’라고 협박하며 신고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가져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해당 글에서 이번 사건이 민간 경찰에서 군사경찰로 이첩된 후 문제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이 군사 경찰에 이관된 후 B중위의 신고 취하를 위한 집착과 연락이 더 심해졌다고도 말했다.
A씨는 “B중위가 집 주변을 찾아오기도 하고 지속해서 연락하며, 렌트 차량을 빌려서 접근하는데 도저히 막을 길이 없어 집 밖에도 못 나가고 너무 두려웠다”며 “아무리 말을 해봐도 도와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A씨가 당시 군사경찰 담당 수사관에게 B중위의 계속된 신고 취하 압박 등 2차 가해를 호소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군부대 내에서 피의자에 대한 어떠한 조치나 통제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공개한 문자메시지에서 군사경찰 담당 수사관은 “수사관이 개인적인 부분에서 모든 것을 통제할 권리도 없고, 관여할 권리도 당연히 없다”고 보냈다. 이에 A씨는 “뭐라도 해달라. 부탁드린다. (가해자가) 계속 저희집 앞에서 대기하고 기다리고 있다. 이번주만 벌써 두 번째다”라고 답장했다.
A씨는 “(군사경찰) 수사관에게 CCTV 증거가 유력하니 CCTV를 확보해달라고 하였으나 군사경찰은 권한이 없다는 답변을 했다”며 “제가 한 진술서를 달라고 해도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군의 정확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육군 장교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 군부대는 2차 가해를 멈춰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청원에서 A씨는 “사건이 발생한 후 저는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했다. 피의자의 군부대에서는 피의자가 성범죄 사건을 일으킨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저는 민간인이다. 군부대의 정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해당 청원에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1만7000여명이 동의했다.
황금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