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범죄 현장에 흘리고 간 휴지 뭉치 속 유전자(DNA) 분석 결과 강간범으로 특정된 5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10년형을 구형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 심리로 12일 진행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 강간 등)으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10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DNA 분석을 통해 과거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의 유전자가 2001년 사건 현장에 떨어진 휴지 뭉치 속 주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A씨는 이미 인천과 경기, 서울 등지에서 강간 등 성범죄 18건과 강력범죄 165건 등 183건의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2009년 인천에서 검거돼 1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휴지 뭉치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피고인 측에 검찰은 “범행 당시 (피고인이) 현장에 버리고 간 휴지 뭉치는 형사소송법상 영장 없이도 압수할 수 있는 유류물에 해당한다”며 “압수 조사서가 별도로 작성된 적은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 증거 능력이 배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휴지 뭉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DNA) 감정 결과 훼손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전혀 없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포함한 확정적 범행으로 징역 18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라 하더라도 중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A씨의 변호인 측은 앞선 공판에서 2001년 당시 수집된 휴지 뭉치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취지의 ‘증거부동의’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현장에 떨어진 유류물이 피해자 소유의 물건이더라도 당시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 즉 압수영장을 발부받는 등의 필수 요소를 빠뜨린 증거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사건 당시 적법한 압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휴지 뭉치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유전자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복합적으로 검출될 가능성도 있어 별도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A씨는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너무 부끄럽다”면서 “(재판부가)어떤 판결을 내리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8월 26일 오전 10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황금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