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미국 서부를 집어삼키고 있다. 지열로 뜨거워진 공기를 정체된 고기압이 짓누르는 열돔(heat dome) 현상 탓에 주말 동안 약 3000만명이 폭염주의보·경보 영향권에 놓였다. 반면 중국 쓰촨성에는 시간당 20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 72만여명이 피해를 봤다.
북미 폭염 사태는 악화일로다. 미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있는 디지털 온도계 숫자는 지난 주말 동안 약 55℃까지 치솟았다. LA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팜스프링스 기온이 48.8℃를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기온도 10일 오후 47.2℃까지 올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 서부 지역을 덮친 폭염은 지난달 25일 시작된 불볕더위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700여명이 돌연사한 이후 찾아왔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일부 지역의 최고 기온은 한때 50도에 육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삼림지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북동쪽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 지난 10일 밤 산불의 불꽃이 인근 간선도로로 옮겨붙어 도로 봉쇄도 확대됐다. 산불이 확산되면서 캘리포니아, 오리건, 아이다호 등 여러 주에서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 오리건주에서 발생한 화재는 캘리포니아에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지구 온난화가 극단적 폭염으로 이어지고 가뭄과 산불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 분석 연구 단체인 ‘세계기후특성’(WWA)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금의 폭염은 인위적인 기후 변화 없이는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극단적 폭염이 상대적으로 흔한 현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에선 지난 9일부터 쓰촨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도심 하천이 범람하고 주택과 상가가 물에 잠겼다. 중국 매체 펑파이 등은 지난 주말까지 쓰촨 지역 6개시, 31개현에서 이재민 72만2000명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 주택 459채가 무너지고 농경지 2만6000㏊가 물에 잠기면서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만 21억5000만위안(약 3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베이징, 산시성, 허베이성에도 폭우경보가 발령됐다. 이에 따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은 항공편 운행을 중단했고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통제됐다. 베이징시 모든 학교에는 12일 휴교령이 내려졌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