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된 中 ‘반도체 굴기’… 대표 기업 칭화유니 파산

입력 2021-07-12 16:46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점유율을 더 끌어올리고 있는 반면,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는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고 고사양, 고성능 모바일 기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분기 좋은 실적을 거뒀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절반에 육박하는 49%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2위는 SK하이닉스로 23%였다. 한국 업체가 모바일 D램 시장의 72%를 차지한 것이다.

낸드플래시에선 SK하이닉스가 약진했다.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42%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20%의 점유율로 2위에 올라섰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마이크론 등에 이어 4위권에 머물렀지만 1분기에는 키옥시아(19%)를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몇 개의 기업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점 형태다. 이 구조는 앞으로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균열을 내고 비집고 들어오려던 중국의 도전이 물거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최대 국영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의 채권자 중 한 명이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채권자는 칭화유니가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고, 갚을 자산도 부족하다며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칭화유니는 미국의 맞서 ‘반도체 굴기’를 실현하려던 중국의 도전을 상징하는 회사였다. 칭화유니는 중국 칭화대가 1988년 설립했으며, 칭화대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어서 국영기업으로 불린다. 칭화유니는 원래 낸드플래시만 만들 계획이었으나 중국 정부의 요구로 2019년 D램 진출까지 선언했다. 2015년 미국 마이크론을 230억 달러에 인수하려다 미국의 불허로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가 발목을 잡았다. 낸드플래시와 D램 모두 투자에 비해 성과는 미미했고,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부채가 불어났다. 지난해 11월 13억 위안(약 2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에 실패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2일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칭화유니가 반도체에 도전하는 데는 최소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칭화유니를 비롯해 중국 반도체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에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는 “국내 소부장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구축돼 있어서 중국에는 거의 진출하지 않았다”면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입지가 넓어지면 소부장 업체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