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폐기물처리업체에서 파쇄기에 끼여 숨진 청년 노동자 고(故) 김재순씨 사고와 관련해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수감 중인 사업주가 사죄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22일 사고 발생한 지 416일 만에 나온 사과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는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쌍암동 민주노총 광주본부 교육실에서 ‘고 김재순 산재 사망사고 사업주 사죄·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월 구속된 산재 사망사고 발생 업체 대표 박모(52)씨가 교도소에서 작성한 사죄문은 박씨의 아내가 대신 낭독했다.
박씨는 사죄문에서 “회사 직원이자 아드님의 명복을 빈다. 감히 입에 담기에도 죄송할 따름”이라며 “사고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했는데 부족했다. 안전 설비를 갖추지 않아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고 했다.
또 “어머님·아버님께 마음으로 깊이 사죄를 드린다”면서 “앞으로는 안전 설비했던 것도 더 꼼꼼히 챙겨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씨의 아내는 해당 사과문을 읽은 후 기자회견에 동석한 김씨 유족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씨의 아버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산업 현장 어디에선가 시민과 노동자가 다치고 죽어 나가고 있는 것이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며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들처럼 열악한 산업 현장에서 시키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 청년 등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사회에서 존중받는 노동의 권리를 찾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해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했다.
회견을 주최한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사업주의 법정 구속과 공개 사죄는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주는 고인의 과실이 크다고 몰아가며 책임을 회피했고, 6년 전 파쇄기 사망사고에도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 등 안전불감증을 보여줬다”며 “행정 기관의 관리·감독과 조사에도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 산재 사망 사고는 줄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조항을 삭제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9시45분쯤 광주 광산구 폐기물처리업체에서 작업 도중 파쇄기에 끼여 숨졌다. 지적장애 3급인 김씨는 안전 장비 없이 대형 파쇄기 입구에 걸린 폐기물을 밀어 넣으려고 기계 위로 올라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폐기물처리업체 대표 박씨는 사고 약 1년만인 지난 5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박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은 오는 14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