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쓴 서울대 학생처장, 사의

입력 2021-07-12 15:07 수정 2021-07-12 15:10
서울 관악구 서울대의 한 게시판에 청소노동자 사망과 관련한 서울대 본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논란에 대해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된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구 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학생처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월26일 유명을 달리하신 이OO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면서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이 글을 시작했다.

이어 “고인께서는 살아있는 저희가 풀어야 할 숙제를 재차 일깨워주고 가셨다”면서 “노동 환경을 둘러싼 뿌리 깊은 학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학교는 물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절실한 노력을 했는지 반성해본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절실함의 부재는 외부 정치 세력이 우리 학내 문제에 개입하고 간섭할 수 있는 빌미를 주고 말았다”면서 “이들이 던진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 그리고 흑백 진영논리에 부지불식간 포획되어 우리는 더욱 표류해 왔다”라고 썼다. 노조와 정치권 등 학교 밖에서 서울대 직장 내 갑질 논란 등을 비판한 것에 대한 불만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구 처장은 “이들의 거친 말에 저도 거친 말로 대응했다. 이 말은 더 가시 돋친 말로 돌아왔고 또 다른 갈등의 골이 생겼다. 그 책임을 지고 학생처장직에서 물러났다”면서 “외부에 계신 분들도 한발 같이 뒤로 물러나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서 “조만간 이루어질 서울대학교의 공정한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제도 개선을 이루는 데 모두의 노력을 모아주시기를 호소한다”면서 글을 마쳤다.

구 처장은 이 글을 올리기에 앞서 이날 오전 학교 측에 보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표 수리 여부는 이날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 처장은 지난 9일 SNS에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 등 표현을 담은 글을 올렸다가 논란을 빚었다.

한편 이날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규탄 성명을 내고 “학교는 당연한 분노를 불순한 의도로 왜곡, 폄훼하는 것을 멈추고 더 이상의 노동자를 떠나보내지 않기 위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학생처장, 생활관 부관장, 그리고 행정대학원 B 교수까지 서울대학교 당국을 구성하는 보직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이어졌다”고 비판하고, 학교 측에 노사 공동조사단을 통한 진상규명 협조와 노무관리 시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