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책임’ 기모란 경질 요구에…靑 “대응 않겠다” 일축

입력 2021-07-12 11:21 수정 2021-07-12 11:25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연합뉴스

청와대는 12일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경질론에 대해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300명대를 넘어서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야권에서는 기 기획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청와대가 기 기획관 관련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실상 기 기획관 경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기 기획관이 방역 정책을 담당하긴 하지만 이번 델타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방역기획관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방역 당국의 책임도 있고, 지자체의 역학조사 역량도 4차 대유행에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는 아울러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 관련 참모를 바꾸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역 관련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있다”고만 했다. 기 기획관은 문 대통령 주재로 12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수도권 방역점검특별회의에도 참석한다.

기 기획관 관련 논란은 지난 4월 임명 때부터 불거졌다. 기 기획관은 지난해 11월 한 라디오에서 백신 구매와 관련해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그렇게 급하지 않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청와대는 기 기획관이 과거 ‘백신이 급하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냈다. 당시 상황에서는 많은 방역 전문가가 유사한 주장을 했던 만큼 기 기획관의 잘못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기 기획관의 배우자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해 정치 코드 인사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인사 전문성과 배우자는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한 바 있다.

다만 의료계를 중심으로 청와대의 방역 정책을 전담하는 기 기획관이 델타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참모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수 출신인 기 기획관은 일선 방역 현장의 목소리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연합뉴스

야권도 기 기획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국민 일상이 또다시 멈춰섰다”며 “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책임자인 청와대 이진석 국정상황실장과 기모란 방역기획관을 즉각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기 기획관을 겨냥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쓸데없이 국민 세금이나 축내는 옥상옥 불법 건물인 청와대 방역기획관 자리는 당장 철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국민이 반대하는 기모란 기획관 임명을 강행한 결과가 이것이냐”며 “코로나19 4차 대유행은 문 대통령님께서 주도하신 인재(人災)”라면서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9일에는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논평을 내고 “기 기획관이 4차 대유행이 현실화된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 애당초 전문성 부족은 물론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인사가 청와대에서 방역을 총괄하고 있으니 신뢰와 일관성을 가질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