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닮으라는 바람 자녀 위한 기도에 담아” 골방서 만든 ‘원바기’ 열방으로

입력 2021-07-12 10:57 수정 2021-07-12 12:53
민호기 목사가 한 집회에서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를 부르고 있는 모습. 민호기 목사 제공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3월 찬양 한 곡이 랜선을 타고 화제가 됐다. 배우 이성경씨가 다니엘기도회에서 부른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라는 찬양이었다. 당시 이씨의 찬양 영상은 조회수만 48만이 넘었고, 한 포털에서 그 달의 인기영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금도 인기는 여전해서 12일 현재 392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제목의 앞 글자를 딴 ‘원바기’라는 애칭도 생겼다.

지난달 22일 대구 대신대에서 교회실용음악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원바기의 작곡·작사가 민호기 목사를 만났다. 민 목사는 1년 전 일을 떠올리며 “코로나19로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고, 사역은 다 취소돼 집에만 있는데 이렇게 제 노래가 대신 열일을 한다. 하나님 역사는 참으로 놀랍고 우리 생각을 훌쩍 넘어선다”고 말했다.

-원바기가 대 히트를 쳤다.
“원바기는 2018년 여름 사역 직전에 낸 앨범이다. 이후에 여름 사역을 도는데 원바기가 기도회 곡으로 많이 불리고 있더라. 성경 자매가 부른 때는 코로나 초창기였는데 이미 그때 원바기 영상이 조회수 500만이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사실 전 TV를 안 보니까 성경 자매를 잘 몰랐다. 그런데 다니엘기도회 직후 지인들에게 연락이 자꾸 오더라. 연예인 부른 게 뭐 특별할까 싶어 봤는데 ‘내가 부른 거 보다 좋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주변 분들이 ‘민호기 10년 주기설’을 많이 얘기 한다. 98년에 ‘하늘소망’이 나왔고, 2008년에 ‘십자가의 전달자’가 나왔다. 원바기는 2018년에 쓴 곡인데 10년에 한 곡씩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고 있다. 하늘소망과 십자가의 전달자는 선교사님들이 뽑은 찬양 베스트 10에 들어가 있다.”
지난해 배우 이성경씨가 다니엘기도회에서 원바기를 부르는 모습. 유튜브 캡처

-원바기 가사를 직접 썼다. 계기가 있을 것 같다.
“아들이 두 명 있다. 이들에게 물려줄 신앙의 유산이 뭘까 하다가 가정용 기도문을 작성했다. 여기 곡을 붙인 게 원바기다. 보통 저는 가사나 묵상한 것, 감명 받은 이야기 등을 써서 집 냉장고나 거실 벽에 붙여 놓는데 원바기도 기도문 한 구절 한 구절을 써서 집안 곳곳에 붙여 놨었다. 가사를 한동안 들여다보면 순간적으로 곡이 툭 흘러나올 때가 있는데 원바기는 3~4일 정도 봤던 것 같다. 곡은 10분 만에 썼다.”

-특히 더 애착이 간 가사가 있는지.
“아무래도 후렴구인 ‘하나님의 꿈이 내 비전이 되고, 예수님의 성품이 내 인격이 되고, 성령님의 권능이 내 능력이 되길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는 가사다. 아이들이 이 노래대로 커 갔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거다 보니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사람들도 후렴구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코로나 이후엔 주변에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내 힘을 의지할 수 없으니’라는 앞부분 가사가 좋아졌단 얘길 많이 한다. 나도 느끼는 부분인데 코로나19로 무기력해진 이때 많은 공감을 일으킨 게 아닌가 싶다.”

-제목은 어떻게 정하게 된 건가.
“어릴 때 우리 집은 가난했지만, 부모님께선 나를 믿음과 신앙으로 키웠다. 부모님께서 날 위해 기도할 때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게 ‘원하고 바라고 기도하옵나이다’였다. 자녀들을 위해 만든 노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사에도 들어갔고 그게 제목이 됐다. 한 번은 아버지가 원바기를 직접 불러주셨는데, 내가 내 아이를 위해 만든 찬양이지만 이렇게 아버지의 입을 통해 들으니까 그것도 큰 은혜가 됐다.”
지난달 22일 대구 대신대에서 만난 민 목사는 자신의 노래가 자신보다 더 훌륭한 사역자라고 말했다.

-원바기를 가장 처음 부른 건 가정예배 때였다고 들었다.
“아이들을 위해 만든 곡이니까 가정예배 때 제일 먼저 우리 가족과 함께 불렀다 1~2달 정도 가정예배 때마다 안방에서 불렀던 것 같다. 원바기를 발매하기 전에 가족과 함께 패키지여행으로 유럽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도 우리 끼리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이 곡을 불렀다. 주일이 두 번 있었는데 한 번은 스위스 알프스 산 아래서, 한 번은 바티칸 한 구석에서 불렀다. 아직도 그때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때만 해도 원바기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불리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지구상에서 4명밖에 몰랐던 노래가 지금은 10여개국 언어로 번역이 됐다고 한다. 말 그대로 골방에서 열방으로 뻗어나간 셈이다. 실제 코로나19 전 기아대책 홍보대사로 탄자니아에 간 적이 있는데 아프리카 아이들이 스와힐리어로 원바기를 부르고 있었다.”

-앞으로 계획은.
“찬양 사역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멘트 말고 노래 해 달라는 거다. 그런데 전 사실 제 정체성을 메신저로 두고 있기 때문에 멘트하려고 노래를 하는 거다. 앞으로도 메신저로서 주님 사역을 잘 감당해 갈 계획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 꼼짝 못할 때도 내 노래는 열심히 사역하고 있더라. 사실 제 노래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역자라 생각한다. 그래서 제 연약함으로 인해 원바기 같은 곡들이 못 불리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저 역시 원바기 덕분에 주님 안에서 더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