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을 치르는 동안 기본소득 정책과 관련해 경쟁자들의 거친 공세에 시달렸다. 이 지사는 지난 9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정책은 말을 바꾼 것이 아니라 정책 교정의 과정이다. 말바꾸기라는 것은 프레임 공격”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야권 유력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껍데기만 있고, 알맹이는 보이지 않는다. 빨리 공부해서 알맹이를 좀 보여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말바꾸기’ 비판이 계속 됐다.
“정책은 진리가 아니다. 논쟁을 통해 수정을 거쳐 완전도를 올려가야 한다. 내가 한 번 얘기했다고 끝까지 밀어붙이면 고집불통이라 비난할 것 아닌가. 우리는 전 국민을 상대로 소액에서 고액으로 장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것이 100% 진리는 아니기 때문에 청년에게 먼저 지급해 증명해보자고 했던 것이다.
이렇게 생애 주기별로 어려운 연령대부터 먼저 고액으로 하고, 이걸 전연령으로 확대할 수 있다. 또 농촌지역에 먼저 기본소득을 도입해 지방소멸을 막고 도시로 확대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부터 시작해서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토론을 거치며 정책을 완결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얘기한 것인데, (다른 후보들은) 내가 말을 바꿨다고 공격을 한다. 말을 바꾼 것이 아니라 정책의 교정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 본인들은 한 번 얘기하면 나라가 망해도 끝까지 하겠다는 말인가. 그러면 안되지 않나.”
-재원 마련 방안을 놓고 논쟁이 이어진다.
“지난해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면 그게 기본소득이 되는 것이다. 일반 회계조정을 통해 1인당 50만원씩 1년에 두 번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보고, 그 다음 조세감면을 통해 2번 더 지급하면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연간 400만원을 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엄청난 돈인데, 왜 이걸 푼돈이라고 비난하는지 모르겠다.”
-장기적으로는 증세가 불가피하지 않나.
“기본소득은 최종적으로 양극화 완화와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본격적으로 시행하려면 증세를 해야 한다.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증세를 해야 한다. 당장 증세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기 때문에 단기·중기로 시행하고 공감대가 올라가면 그때 증세를 하면 된다.”
-어떤 방식으로 증세가 이뤄지나.
“탄소세는 사실 지금 바로 시행해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극복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 당장 수출이 불가능하지 않나.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려면 결국 부담금을 부과해야 하는데, 그냥 부과하면 물가도 같이 올래 저항이 심해진다. 이때 탄소세로 거둬들인 세금의 일부를 국민에게 싹 나눠주면 물가 상승분보다 기본소득으로 돌려받는 것이 더 많아지게 된다. 더 쉬운 것은 글로벌 기업에 데이터세를 받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공짜로 기업들에 주고 있는 것 아닌가. 데이터세를 걷어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하면 국민 저항이 적어질 것이다. 부동산 소유에 따른 국토보유세 역시 마찬가지 개념이다. 이런걸 다 기본소득 목적세로 걷어 지급하면 국민 저항 없이 실시할 수 있다.”
-1호 공약을 ‘성장의 회복’으로 들었다.
“우리 사회가 수많은 갈등을 겪고, 청년들이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는 결국 저성장 때문이다. 따라서 근원적 해법은 성장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전환기적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대대적인 국가투자의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에 봉착해 있지만, 한 발자국만 일찍 가면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정부의 큰 역할이 필요하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다면.
“성장 목표를 몇%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할까 말까 고민 중이다. 그런데 나중에 거짓말이 될까 걱정돼 발표하지 않았다. 나는 원래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 그게 공약이행률이 높은 이유다. 성장을 회복시키는 것은 정말 꼭 해야 할 일이고, 꼭 해내겠지만, 숫자를 제시하는 것은 자신이 없다.”
-부동산정책 실패 이유로 관료의 저항을 들었는데.
“관료는 그 자체로 거대한 권력체이고, 본질적으로 권력은 자기 이익을 중심으로 행동하게 돼 있다. 관료는 법에 정해져 있는 것과 관행적으로 하던 것, 상사가 지시하는 것은 철저히 한다. 여기에 더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관료들이 시키는 일은 잘하기 때문에 지시를 늘려야 한다. 정책은 결국 판단과 결정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확한 방향을 정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료는 자기가 하고 싶은 방향대로 한다. 이것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관료에게 휘둘리게 되고, 이런 걸 관료에게 포획됐다고 하는 것이다.”
-실거주·투기용 부동산 구분이 가능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핑계다. 까만색과 하얀색이 구분이 안되나. 실거주용과 투기용을 구분함으로써 불이익을 받을 사람들이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인간방패로 쓰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별장을 얘기했더니 초호화 별장을 언급하는데, 시골에 가면 작은 농가주택도 많다. 이런 것은 투기용 다주택보다 훨씬 나은 것 아닌가. 실거주용과 투기용을 구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보유 주택) 숫자는 다음 문제다. 왜 이런 얘기를 왜곡해서 내가 별장을 보호하자고 한 것처럼 말하나.”
-주택관리매입공사 제안에 대한 비판이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7% 밖에 안된다. 최소 20~30%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걸 다 새로 지어서 공급할 수 없지 않나. 20%를 채우려면 250만채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걸 어디에 지을 수 있나.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기 때문에 몇백만 세대를 한꺼번에 지으면 부동산 대폭락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관리매입공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일정수준 이하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매입해 공공임대 주택을 제공하고, 또 가격이 급락할 때 대규모로 매입하면 ‘부동산 패닉’도 막을 수 있지 않나.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경제적 패닉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장치는 되지 않겠나. 부동산 시장 리스크는 줄여주고, 공공주택도 확보하자는 취지인데 이걸 비난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문재인정부와 차별화지 않겠다 했다.
“내가 민주당 정부의 일원인데 (문재인정부를) 부정한다고 부정이 되겠나. 나도 민주당 공천을 받은 사람인데 어떻게 나와 상관이 없다고 하겠나. 책임질 것은 다 책임지고 승계할 것은 승계하되 부족한 것을 채우고, 잘못한 것은 고치면서 새로운 정부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름을 지향하되 차별화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국민이 새로운 정부로 인정하고, 야당 후보가 만드는 정부보다는 낫겠다 싶으면 대선에서 선택을 받지 않겠나.”
-‘시원한 맛’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4년 전에는 철이 없어서 내부 경쟁과 대외경쟁을 구분을 못했던 것 같다. 그때는 상대 후보를 굴복 시키려고 했었다. 물어본 것을 또 물어보고, 내부 경쟁인데도 할 말을 다 했다.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준조세만 7번을 물어봤다니까. 지금 생각하면 그때 진짜 얼마나 화가 났을까 미안해 죽겠다. (이번에) 내가 겪어 보니까 그게 진짜 화가 났겠다 싶었다.”
-대권 경쟁자로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포장지가 벗겨지니) 내용이 보이긴 하는데, 껍데기만 보이고 알맹이는 안 보인다. 저에 대한 첫 공격이 미래지향적이고 신선한 것이면 좋았을 텐데, 구태정치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색깔론 공격을 해서 실망스러웠다. 포장지를 벗기고 내용물을 보여주시는데 껍데기 밖에 없어서 알맹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 ‘열공’중이라 하셨으니, 빨리 공부하셔서 알맹이를 좀 보여주시면 좋겠다.”
-내년 대선 구도는 어떻게 전망하나.
“내년 대선은 일 대 일 구도가 될 것이라고 본다.”
-경기지사는 언제 내려놓을 계획인가.
“후보가 되고 나면 생각해보겠다. 기본적으로 나는 위임받은 대리인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 직무에 최대한 충실하고자 한다.”
-도쿄 올림픽 보이콧 제안은 그대로인가.
“국제 관계는 호혜적이어야지 굴종적이거나 일방적이면 안된다. 독도는 우리의 국토가 분명한데, 국가 주권에 관계된 문제를 묵인하거나 양해하면 나중에 국제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 문제는 국가가 아닌 개별 단위로 참가하는 대안을 고려하면서 정부는 일단 보이콧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난 사람=남혁상 정치부장, 정리=최승욱 정현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