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성가족부에 이어 통일부 폐지까지 불을 지폈다. 여권 공세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지만 이 대표는 정면대응하는 모양새다. 여성과 남북관계라는 인화성이 강한 이슈를 던져 지지층을 결집하는 등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북한 여성들은 할당제 같은 제도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인신매매 등 근본적인 인권 탄압을 받고 있다”며 “이런 게 세금 받는 공무원들이 다뤄야 할 문제이고, 그걸 안 하고 유튜브나 찍기에 부끄러운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월 8일 여성의 날 통일부 여성과 꽃을 나눈 것이 재미없다는 건지 무의미하다는 건지 여전히 이 대표의 젠더감수성을 이상하다”고 말한 데에 역공한 것이다.
이 대표는 앞서 페이스북에 “성과와 업무 영역이 없는 조직이 관성에 의해 유지돼야 하는 것은 정부의 방만이고 혈세 낭비다”라며 통일부 폐지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통일부는 심지어 유튜브도 재미없다. 장관이 직원에게 꽃 주는 영상을 편집하는 돈이 다 세금”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가 처음 통일부 폐지를 얘기했을 때 북한 인권을 얘기하지 않았고, 통일부 여성에게 꽃을 나눈 거에 시비를 걸었다”며 “인권 감수성은 상대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하니, 부디 자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제1야당은 무책임한 주장을 철회해달라”며 “통일부 폐지를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한반도 정책에 대한 국내외 의문을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의원은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논란을 덮기 위해 이 대표가 다른 어젠다는 던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영세 의원은 페이스북에 “통일부는 존치되어야 하고, 이 대표도 언행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미수복 대륙영토를 이야기하는 대만에 통일‘부’와 같은 조직은 없다. 대륙 ‘위원회’”라고 근거를 든 데에는 “중국과 대만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사례는 아니며, 우리 분단극복과정에서 가장 좋은 모델은 동서독 통일사례다. 서독의 경우 내독관계부가 교류 협력을 담당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통일부가 한심한 일만 한다고 없애는 건 아니다. 우리가 집권해 제대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의도적으로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 이슈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표심을 의도한 전략”이라며 “문재인정부의 약한 고리를 때리며 반문 진영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노리는 전략적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도 “(여성과 남북문제는) 현 정부의 약한 고리”라며 “현재 제기되는 반론이 ‘성과 없다고 폐지하는 게 맞냐’는 것인데, 반론 자체가 ‘성과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논의 지형을 만드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며 “두 부처의 폐지를 든 논리가 효율성과 작은 정부론인데, 통일부 존치 문제는 다른 방향에서 반박이 가능하다”고 했다.
윤 실장은 “여가부 문제에 대해 공감대 형성은 성공시켰으니 부처 폐지는 아니어도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면 이 대표의 성과로 남을 것 같다. 다만 분란만 커진다면 ‘이준석 리스크’가 표면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