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간 합작법인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공급 확장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세를 따라잡기 위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추격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계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업체들을 점유율에서 따돌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글로벌(79개국)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CATL가 1위, BYD가 4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1위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2위로 떨어졌으며, 삼성SDI는 5위, SK이노베이션은 6위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의 무서운 성장세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유럽 시장으로의 중국 업체들이 진출 공세가 거세지는 것도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주 전략 중 하나는 미국 완성차와 합작법인을 잇따라 설립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 얼티엄셀즈를 정식 출범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미국 포드사와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를 설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국내 3사 중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법인이 없던 삼성SDI도 이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아마존, 리비안 등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삼성SDI가 미국 공장을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 투자로 만들지 독립 생산 공장을 만들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스텔란티스가 배터리 협력사 중 하나로 삼성SDI를 언급하며 양사 간 합작법인 설립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현지시간) ‘EV데이 2021’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 개발·양산에 300억 유로(약 40조8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 형태로 유럽, 미국에 총 5개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히며, 협력업체로 삼성SDI와 ACC, LG에너지솔루션, CATL, BYD 등을 언급했다.
향후 국내 기업들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판매처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의 배터리 공급을 위해 CATL, BYD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업체들이 주력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앞선다는 분석이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