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밀 침해 vs 공짜 마케팅 효과…스마트폰 정보 유출의 두 얼굴

입력 2021-07-11 15:16 수정 2021-07-11 15:25
16면/유출된 갤럭시 Z폴드3 이미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등 신제품 정보를 사전에 유출하는 ‘팁스터’들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잦은 유출로 인해 마케팅 전략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IT매체 GSM아레나는 삼성전자가 사전에 정보가 유출되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망 파트너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유출된 이미지 등에 저작권 표시를 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는 최근 갤럭시 Z폴드3, Z플립3, 갤럭시 워치4 등 8월 언팩에서 공개를 앞둔 제품의 공식 이미지, 3D 랜더링 영상 등이 모두 유출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가격 빼곤 다 공개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반응이 나왔다.

유출된 자료를 트위터에 올린 유명 팁스터 맥스 잼버는 “삼성전자가 공개되지 않은 제품의 영상과 사진에 대해 저작권 경고를 시작했다”면서 “영상과 이미지 중 일부는 며칠 안에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유명 팁스터 에반 블래스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삼성전자가 유출자들과 싸움을 시작했다”며 같은 경고를 받았음을 알렸다.

기업들이 보안을 강화하고 있지만 신제품 정보 유출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정보가 유출되는 경로는 크게 3가지 정도다. 제일 유출이 많은 경로는 이동통신사다. 삼성전자는 망연동 테스트,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위해 새 스마트폰을 전 세계 이동통신사에 먼저 선보인다. 케이스 제조업체도 유출경로로 꼽힌다. 새 스마트폰 출시와 맞춰 케이스가 나오려면 사전에 디자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삼성전자가 주요 국가에서 하는 소비자 설문조사도 경로로 꼽힌다. 이 조사는 국가, 성별 등 특정 집단이 선호하는 색상, 디자인, 기능 등을 사전에 파악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사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출시 전 제품을 먼저 보여주는 경우 모두 비밀유지서약(NDA)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안이 느슨한 중국, 러시아 등에서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면 삼성전자는 출시 일정에 맞춰 관심을 극대화하려는 마케팅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연관된 모든 회사들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런 이유로 애플도 지난달부터 중국 팁스터들을 중심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폰아레나가 보도했다.

하지만 팁스터들의 유출이 오히려 삼성전자나 애플에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상황인데 팁스터들이 출시 2~3개월 전부터 유출을 하면서 관심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