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밀리다 다리 부상까지…안 되는 맥그리거, 강력한 포이리에

입력 2021-07-11 14:17
포이리에(오른쪽)가 맥그리거에 펀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이아몬드’ 더스틴 포이리에(32·미국)가 월등한 실력을 과시하며 ‘악동’ 코너 맥그리거(33·아일랜드)와의 질긴 악연을 끊어냈다. 맥그리거는 경기 내내 밀리는 모습을 보인 데다 다리가 부러진 걸로 보이는 심각한 부상을 입어 한 동안 복귀가 어려울 전망이다.

포이리에는 11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64 라이트급 메인이벤트에서 맥그리거에 1라운드 닥터스탑 TKO로 승리했다.

두 선수는 지난 7년 간 페더급과 라이트급을 거치며 지독한 악연을 쌓아 왔다. 맥그리거는 페더급 시절이던 2014년 UFC 데뷔 4번째 경기 만에 당시 랭킹 5위권 내 랭커였던 포이리에를 만났다. 맥그리거는 이 경기에서 예상을 뒤엎고 1라운드 1분46초 만에 측두부 타격으로 TKO승을 거두며 페더급 내 강자로 자리매김한다.

두 선수 모두 라이트급으로 전향한 뒤인 올해 1월 6년 4개월 만에 2차전이 성사됐다. 이 경기에선 포이리에가 2라운드 2분32초 만에 펀치 TKO승을 거두며 화려한 복수에 성공했다.

이후 라이트급 랭킹 1위인 포이리에는 현 챔피언 찰스 올리베이라(32·브라질)와의 타이틀전 대신 맥그리거와의 3차전으로 누가 더 강자인지 확실히 가리는 길을 선택했다. 맥그리거가 계속된 트래시토크로 도발한 것도 경기가 성사된 이유 중 하나였지만, 두 선수의 라이벌전이 큰 인기를 끄는 빅매치인 것도 한 몫 했다. 실제로 두 선수 간 2차전은 역대 UFC 페이퍼뷰(PPV) 최다 판매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뚜껑을 연 3차전은 다소 싱겁게 끝났다. 맥그리거는 경기 시작부터 2차전과는 달리 레그킥을 적극적으로 섞으며 포문을 열었지만, 포이리에는 이에 카프킥으로 맞대응했다. 이후 펀치를 주고 받는 스탠딩 타격전에서는 오히려 맥그리거 쪽이 더 큰 데미지를 입는 모습이었다.

맥그리거는 뒤로 물러선 클린치 상황에서 과감히 길로틴 초크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게 도리어 악재가 됐다. 하체가 완전히 잠기기 전에 빠져나온 포이리에는 완전한 상위 포지션을 확보한 뒤 엘보를 수차례 적중시켰고, 파운딩에 시달리던 맥그리거는 체력이 소진됐다.

힘겹게 일어난 맥그리거는 큰 동작으로 펀치를 시도했지만, 펀치한 뒤 뒷다리를 디디는 상황에서 밸런스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왼쪽 다리가 완전히 꺾이는 부상을 입기까지 했다. 이후 1라운드는 끝났지만, 경기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부상이었다. 결국 포이리에는 라운드 내내 맥그리거를 제압하는 완벽한 모습으로 승리를 거두게 됐다.

다리가 부러진 맥그리거(앞)와 이를 노려보는 포이리에(오른쪽 두 번째). UFC 인스타그램 캡처

다만 불의의 부상으로 경기가 끝나면서 두 선수 간 앙금은 깔끔히 해소되진 못했다. 포이리에는 “맥그리거가 경기 시작한 뒤 로킥을 시도할 때 체킹을 했는데 그 때 골절이 먼저 일어났다”며 “테이크다운은 너무 쉬웠다. 맥그리거는 내 글러브를 잡아당기며 어깨를 차기도 했지만 내가 그를 꺾었다”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맥그리거는 “초반에 다리를 다쳤단 건 말도 안 된다. 끝이 아니고 4차전을 펼쳐야 한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케이지에서 내려가려던 포이리에는 이 말을 듣고 맥그리거에 강한 불만을 표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번 경기에서 라이트급 최다 KO승(8회) 기록까지 세운 포이리에는 이제 올리베이라와의 타이틀전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맥그리거는 포이리에와의 재대결을 원할 가능성이 높지만, 부상 정도가 심각할 경우 복귀까지 지난한 재활 과정을 거쳐야 할 걸로 보인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