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봉사자, 유니폼 차림 출근? “돌맞는다” 반발

입력 2021-07-11 11:23 수정 2021-07-11 12:34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필트캐스트) 유니폼. 도쿄올림픽 공식 트위터 계정 캡처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가 자원봉사자들에게 유니폼 차림으로 출근하라고 지시했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당사자들은 “길거리에서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올림픽에 대한 반감이 심한 탓이다.

도쿄신문은 11일 “조직위가 자원봉사자 7만명에게 유니폼 차림으로 출근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활동 장소에 탈의실이 없는 데다 올림픽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자원봉사자 사이에선 반발이 거세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도쿄올림픽 반발 여론이 심한데, 유니폼을 입고 다니면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도쿄신문은 유니폼을 입고 다니기 싫다며 조직위에 항의 메일까지 보낸 한 남성의 사연을 전했다. 이 남성은 “가설 탈의실이라도 설치해 달라”고 호소했다. 비치발리볼 경기장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해당 지시를 들은) 주위 자원봉사자들은 아연실색했다. 나는 가장 가까운 역의 화장실 등에서 갈아입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지난 6월 8일 도쿄 시내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AP. 뉴시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속도가 부진한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자원봉사자는 여러 사람과 접촉할 수밖에 없어 감염 및 전파 위험이 크다. 이에 자원봉사자를 우선접종 대상으로 분류하고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지만, 개막 때까지 2차 접종을 완료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한 50대 여성은 “봉사자가 감염돼 주변에 퍼뜨릴 수도 있다. 눈에 띄는 유니폼을 입고 전철을 타면 어떻게 생각하겠나. (사람들이) 돌을 던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는 당초 8만명가량 모집됐지만, 코로나19 우려와 조직위를 향한 불신 등으로 1만명 정도가 빠져나갔다.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일본 내 불만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