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019년 헌법불합치로 판결한 낙태 관련 법안은 입법 시한이었던 지난해 연말까지 국회에서 개정되지 않아 지난 1월 1일부터 입법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10번 이상 열렸지만, 낙태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과 64개 시민단체 연합체인 ‘행동하는프로라이프’(상임대표 이봉화)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서강로 히브루스 김진욱홀에서 ‘낙태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헌재의 결정 취지를 반영해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는 법안 시행을 국회에 촉구했다.
이상원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는 ‘태아는 영혼을 가진 살아 있는 인간이다’라는 제목의 기조 발제에서 “태아는 임신부의 영혼과 전혀 다른 영혼, 하나님이 창조하신 독립된 실재로서 영혼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낙태 찬성자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해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고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난, 절대적 권리로 전제한다”며 “그러나 태아의 생명에 대한 권리가 임신부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많은 토론을 요청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신부가 태아를 자기 자신의 몸 일부로 주장하려면 DNA 구조가 같아야 하는데 태아의 DNA 절반은 배우자에게서 온 것이며 유전자 배열도 임신부의 유전과 배열이 전혀 다르다”며 “임신부가 영양분과 수분을 제공했다고 태아를 자기 몸의 일부로 생각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 태아가 수정된 순간이 인간 생명이 시작된 시점이라는 관점은 과학적 사실에 의해서도 충분히 증명된다고 했다. 이 상임대표는 “생식세포 분열이 DNA의 구성과 배열에 있어서 엄청난 규모의 유전자 변환과 자리바꿈의 과정을 겪는다”며 “수정 순간에 구성과 배열이 결정되면 이후 영구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유전학적 정보는 곧 수정란이 생명의 시작점임을 한창 더 강화해준다”고 주장했다.
이 상임대표는 “임신부의 행복 추구를 위해 태아를 희생시킨 행위는 장기적 관점에서 태아를 희생시켰다는 양심적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부의 행복추구권은 충돌하는 것이 아닌 서로 조화돼 하나의 아름다운 삶을 이루는 것임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국가생명윤리심의원장인 박상은 샘병원 미션원장은 ‘생명, 살려야 한다’는 주제 발제에서 “남성들이 가부장제 속에서 행한 오남용된 권력과 피임하지 않고 여성으로 낙태하게 한 잘못을 회개한다”며 “우리 사회가 그동안 생명을 경홀히 여기고 낙태를 방관했던 죄악을 회개한다. 국회가 생명존중에 따라 낙태 관련 법안을 개정하도록 기도하자”고 권면했다.
이외에 홍순철 고려대 산부인과 교수, 현숙경 바른인권여성연구소 세움 소장, 패트릭 굴드 한동대 교수 등이 발제했다.
토론회에 앞서 조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엄마 뱃속의 태아는 자기방어 능력이 전혀 없는 절대적 약자”라면서 “그런 태아를 항거불능의 죽음으로 내몰면서 약자 보호, 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위선이고 거짓”이라고 말했다.
이어 “낙태 관련 법안에 공백이 생겼다고 해서 생명을 살해하는 행위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태아와 산모의 생명, 건강,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속히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