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망한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가 중간관리자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들이 잇따라 반박하고 나섰다. 연합뉴스는 11일 남성현 관악학생생활관 기획시설부관장이 전날 ‘최근 우리 생활관의 안타까운 사건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을 생활관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남 부관장은 ‘사망한 청소 노동자가 직장 내 갑질을 당했다’는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의 지난 7일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까지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해당 관리자(안전관리팀장)를 마녀 사냥식으로 갑질 프레임을 씌우는 불미스러운 일이 진행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썼다.
그는 “관련 기사들이 언론에 편파적으로 보도되며 우리 생활관은 물론 서울대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안타깝고 슬픈 사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업재해 인정을 받기 위해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관리자를 억지로 가해자로 둔갑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안타까운 사건을 악용하는 허위 주장과 왜곡 보도에 현혹되거나 불필요한 오해 없이 진상이 규명될 때를 기다려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9일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게 역겹다” 등의 표현을 담은 글을 올렸다.
구 처장은 이 글을 한때 비공개로 전환했다가 새로운 글로 설명을 덧붙여 원래 글 전문을 다시 공개했다. 구 처장은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부분은 정치권을 두고 한 말”이라며 “당연히 유족이나 다른 청소 노동자를 두고 한 말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일방적 주장만으로 또 한 명의 무기계약직 노동자인 ‘중간관리자’를 가해자로 만들 수는 없다”며 “이미 그 당사자는 심리적으로 크게 고통받고 있으며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러한 2차 피해를 꼭 막고 싶다”고 강조했다.
청소 노동자 이모(59)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등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씨의 죽음에 기숙사 안전관리팀장의 갑질이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후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총학생회 대행)와 대학원 총학생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등은 청소 노동자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 학교 측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