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학교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직무와 관련 없는 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서울대 학생처장이 “갑질이 아니었다”면서도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 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것이 역겹다”고 쓴 글을 SNS에 올렸다가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 학생처장인 구민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마디 하겠다. 이 또한 어떤 분들께는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지금 너무 일방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에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언론에 마구잡이로 유통되고 소비되고 있는 ‘악독한 특정 관리자’ 얘기는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구 교수는 여러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했다. 먼저 청소노동자들이 100L짜리 쓰레기 봉투를 매일 6~7개씩 처리하는 등 과로에 시달렸다는 의혹에 대해 구 교수는 “해당 기숙사동 실제 청소결과 100L 봉투 2개 이내로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회의 참석 시 정장 등 단정한 복장을 강요했다는 의혹에는 “청소원이 회의 후 바로 퇴근할 수 있도록 작업복 대신 퇴근복을 입으라는 의미였다”며 “관리팀장의 카카오톡(지시)에 대해 고인도 감사를 표하며 답신했다”고 주장했다.
복장을 갖추지 않으면 모욕을 주고, 볼펜과 메모지 등 준비물을 지참하지 않았을 경우 인사평가에서 감점을 줬다는 등의 의혹에 대해선 “퇴근 복장으로 참석한 청소원에 대한 칭찬은 있었지만 복장을 갖추지 않은 이에 대한 모욕주기는 없었다”며 “사전 공지된 준비물을 구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농담조로 ‘감점’ 언급은 있었으나 안전관리팀장이 인사권과 평가권한이 없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건물 이름을 한자와 영어로 써보라고 한 데 대해 대해선 “관악사에 1300여명의 외국인 학생이 상주한다”며 “처음 찾은 외국인들이 현재 자기가 있는 곳이 관악학생생활관이 맞는지 메모 또는 휴대전화 메시지로 묻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정확한 응대를 하지 못해 당혹감이나 창피를 느꼈다는 사례가 많았다”고 했다. 구 교수는 그러면서 “관리팀장 입장에서는 현장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관악학생생활관의 영어, 한자 명칭만큼은 알 수 있도록 직무교육에 포함시켰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 교수는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한 격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다들 눈에 뭐가 쓰이면 세상이 다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만 보인다지만, 정말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보면 자괴감이 든다”면서 “언론과 정치권과 노조의 눈치만 봐야 한다는 사실에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모욕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앞서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50대 여성 이모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대가 이씨에게 군대식으로 업무 지시를 내렸고 이씨는 최근 노동 강도가 심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며 “서울대의 갑질이 이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