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피멍…” 故박원순 1주기에 변호인이 전한 피해자 상황

입력 2021-07-10 12:47

고(故) 박원순 서울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대리했던 김재련 변호사가 10일 피해자의 근황과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는 고소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며 “어쩌면 지난밤도 한숨도 자지 못했을 그녀를 생각하며 전화를 했다”고 운을 뗐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눈물이 가득찬 목소리로 답하며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고 수면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며 “어제 오후 내 한쪽 눈 혈관이 터져 버려 토끼 눈보다 빨간 눈이 됐다. 나야 보이는 곳에서 피가 맺혔지만 아마도 그녀는 온몸 속에 피멍이 들어있을 것”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아이를 봐주시는 이모님이 ‘가해자는 나랏돈으로 성대하게 장례식까지 치러주면서 피해자는 왜 나라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아요. 대한민국 이상한 나라 같아요’ 라고 했다”고 한 김 변호사는 “맞다. 대한민국 참 이상한 나라다. 나라만 이상한 게 아니고 사람들도 이상하다”고 했다.

“성폭력은 인권,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여야, 진보, 보수의 입장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김 변호사는 “성폭력 이슈에 정치의 잣대를 가져다 댈 이유가 없다. 그러나 우리사회 성폭력 관련 주요 사건을 보면 진영논리에 따라 피해자가 영웅이 되기도 하고 살인녀로 매도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박원순 사건을 대리하면서 성폭력 이슈의 정치화에 맞서야 할 사람들의 비겁한 침묵을 목도했다”며 “여성계 원로들 단톡방에서 김재련 변호사를 비방하는 글이나 그림이 공유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알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다. 정치적 지향은 없지만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인권에 관한 일을 해온 사람으로서 나 스스로는 동지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폭력 이슈로 활동하다 국회의원이 된 익명의 국회의원을 향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모 국회의원은 여성활동가를 만나 ‘박원순이 사망한 것은 잘못을 인정한 것인데, 김재련 변호사가 독기를 품고 사건을 진행하는 것이 잘못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고 전한 김 변호사는 “그 분 또한 성폭력 이슈로 활동하시다 국회의원이 된 분으로 알고 있는데 인식이 그러하다고 한다.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그는 “가치를 지향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부처라 생각한다. 여가부 무용의 주장에 기름을 부은 여성계 인사들이 있음에는 동의한다. 그들의 권력화가 결국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성폭력 이슈에 씌워진 정치적 진영의 장막을 걷어치워라. 당신들의 지금 모습이 부끄럽다고 여겨진다면 지금이라도 그 지긋한 장막을 걷어치우는 일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년동안 여성가족부의 권익증진 국장을 지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