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무지 두 개” 마트서 찍힌 지적장애 동생 마지막 행적

입력 2021-07-10 06:31
SBS 뉴스 화면 캡처

지적장애을 지닌 동생을 살해하고 허위 실종신고를 한 친형이 지난 9일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동생의 마지막 행적이 담긴 영상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영상엔 인근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장면이 담겼다. 실종신고 당시 동생이 영화를 보러 집을 나간 뒤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던 형의 주장과 상반된 모습이다.

SBS는 지적장애 2급을 지닌 남성 이모(38)씨가 형의 실종신고가 있었던 지난달 27일 오후 4시쯤 서울 중구의 한 마트에 들러 물건을 구입한 장면이 담긴 영상을 입수했다고 9일 공개했다. 형은 다음날 새벽 동생에 영화관에 간다고 외출한 뒤 연락이 안 된다며 실종신고를 했다.

공개된 영상은 형이 동생이 실종됐다고 한 시각 동네 마트에서 찍힌 것이다. 숨진 이씨는 단무지 2개를 고른 뒤 직원의 도움을 받으며 계산하고 나갔다. 마트 주인은 SBS에 “항상 심부름 올 때 쪽지를 써 가지고 온다. ‘단무지 두 개’ 이렇게 써 가지고 왔더라. 형이 뭐 사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차를 바꿔 타며 동생을 강변으로 데려가는 모습도 CCTV에 포착됐다. 뿐만 아니라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동생의 몸에선 수면제가 검출됐다. 친형은 지인을 통해 수면제를 구한 사실이 경찰 수사로 확인됐다. 범행이 탄로 나기 전까지 형은 동생이 없어졌다며 주변에 적극 알리기도 했다.

숨진 이씨의 친형은 지난달 28일 오전 2시50분쯤 동생이 실종됐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가 이튿날 되려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실종신고를 접수받은 뒤 CCTV등을 통해 동생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점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동생과 연락이 끊겼다고 진술한 시간에 실제 동생과 함께 있는 모습이 발견되는 등 앞뒤가 맞지 않은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형을 장애인복지법 위반(유기)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도 이달 초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의 부모가 4년 전 숨진 부모가 형제에게 약 40억원의 유산을 남긴 사실을 파악하고 이씨가 살해당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했다. 60대였던 형제의 부모는 하루 간격으로 숨졌다.

형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생을 한강 인근으로 데려간 것은 맞지만 살해한 적은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진술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형이 동생의 법정대리인인 삼촌과 최근 재산 분할 소송을 벌이고 동생 돈을 몰래 인출해 썼다가 소송당하는 등 갈등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삼촌이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부모 사망도 의심 된다’고 말했지만 뚜렷한 근거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