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앞에 아기 놓고 가 숨지게 한 20대 친모 집유

입력 2021-07-09 18:09
지난해 11월 3일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인근에서 수건에 싸여 있는 남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연합뉴스

한밤중 베이비박스 앞에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버려 숨지게 한 20대 여성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9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23)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1년간의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 2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갓 태어난 아기의 생명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바 범행 내용과 경과에 비춰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만18세의 나이에 부친과의 불화로 집을 나와 생계를 유지하다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일을 하게 돼 의도치 않게 임신했다. 낙태가 여의치 않고 수술비도 부담스러워 출산하게 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가족들과 연락하지 않은 채 지내다 혼자 고시원에서 아이를 낳았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베이비박스 앞까지 갔지만 출산 직후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충격으로 경황이 없어 범행에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홀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던 중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직업 훈련에 임하는 등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적응하고자 노력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모친도 선처를 탄원하며 김씨를 보살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비가 오던 지난해 11월 2일 오후 10시 10분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맞은편의 드럼통 위에 아기를 두고 떠났다. 아기는 다음날 오전 5시 3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원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