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현실화된 가운데 주식시장에 끼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코스피지수는 한달여 만에 장중 3200선을 내줬다. 그렇다면 코로나19 1~3차 확산 당시 국내 주식시장은 어떤 흐름을 보였을까.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팬데믹 공포와 불확실성에 휩싸였던 1차 대유행 때 코스피지수는 1457.64(지난해 3월19일)까지 떨어졌다. 11년 만에 최저치였다. 코스닥지수도 428.35로 폭락했다. 당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연일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외국인 투자자의 투매가 이어졌다. 위험자산 회피로 지난해 3월 원·달러 환율은 1285.7원까지 뛰었다.
전례없는 팬데믹 상황은 당시 금융시장 기초체력을 훼손시켰지만,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동학개미운동’ 등 주식 열풍으로 증시는 빠르게 회복했다. 지난해 3월 말 코스피는 1700선을 넘겼고, 5월 말에는 2000선을 회복했다. 코로나 1차 대유행 이후 글로벌 반등장에선 한국 증시 회복 속도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수준이었다.
코스피 2000선 돌파 이후 국내 증시는 2차 대유행이라는 악재를 또 만났다. 지난해 8월 재확산 때 코스피는 하루 만에 3.7% 가량(8월20일) 하락하기도 했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부양 조치에 대해서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2차 유행 때 국내 증시에 끼친 충격은 제한적이었고, 지수는 단기 조정에 그쳤다. 환율도 꾸준히 하락했다.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 기대감에 세계 증시도 이후 상승 흐름을 탔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당시 코스피지수는 주춤하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상승 흐름을 탔다. 3차 유행이 본격화된 지난해 12월 한 달 코스피 상승률은 10% 정도였다. 12월 25일에는 확진자가 1241명 나오기도 했지만, 코스피는 상승해 2800선을 넘었다. 그런 뒤 지난 1월에는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렸다.
정리하면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시중 유동성이 풀리고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투자 자금이 주식에 몰리자증시는 호황을 누렸다. 개인 투자자의 끊임없는 매수세도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의 순매수 금액은 총 47조원이었다. 올해 들어 9일까지 개인 순매수액은 60조원 가량이다.
델타 변이로 인한 이번 4차 유행 이후에도 주식시장은 종정관 비슷한 패턴을 보일까. 전문가는 그동안 백신 접종 등으로 부풀었던 경기 회복 기대감이 꺾이고,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심해지면서 신흥국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점을 향후 증시에 위험 요소로 꼽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차 유행의 경우 2~3차와 달리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어 증시 조정폭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속도를 내고, 최근 기업 실적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연구원은 “2~3차 유행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일시적 악영향만 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고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바이러스 영향력이 거세진 만큼, 국내 증시도 차익 실현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면서도 “백신 보급과 함께 2분기 국내 기업 실적을 감안하면 변동폭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조정은 경기 회복 둔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며 “연준의 테이퍼링 가능성에 따른 긴장감이 계속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기계적 순매도는 증시 조정에 따라 일단락될 수 있다. 테이퍼링 이슈가 지나가면 외국인의 신흥국 주식 매수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며 기회 요인도 언급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