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2254억원 투자 유치…미국 아닌 한국서 상장한다

입력 2021-07-09 17:38

마켓컬리가 미국 증시가 아닌 한국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한국 유니콘기업(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들이 국내에 상장할 수 있는 여건이 더 좋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9일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6번째)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며 국내 증시 상장 추진 계획을 밝혔다. 올해 초 쿠팡이 미 증시에 상장하면서 국내 유니콘기업들이 잇따라 뉴욕행을 추진하자 한국거래소가 이들을 붙잡기 위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규정을 완화한 영향이 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으면 다른 재무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상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컬리가 이 조건을 충족하면서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이 95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고객 수도 지난 5월 말 기준 누적 8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컬리에 대한 이번 투자에는 에스펙스 매니지먼트 등 기존 투자사 외에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와 지난 4월 ‘샛별배송’(새벽배송) 전국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CJ대한통운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컬리는 “이번 시리즈F 투자에서 컬리의 기업 가치가 작년 시리즈E 투자 후 약 1년여 만에 2.6배 오른 2조5000억원 규모로 평가됐다”며 “컬리의 성장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컬리의 국내 증시 상장은 빨라도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상장 준비에만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려 당장 준비를 시작해도 연내에 끝마치기에는 무리가 있는 탓이다.

컬리는 이번 투자금을 기술 개발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상품 발주, 재고 관리, 주문 처리, 배송 등 물류서비스 전반에 걸친 효율성과 정확성을 제고하고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현재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만 가능한 샛별배송 서비스를 하반기에는 남부권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생산자들과는 상생협력에 힘쓰고 기술투자와 인재 유치로 고객 가치를 높여 장보기 시장의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