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강해지면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자 기업들도 ‘집콕’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 팬데믹 선언 이후 벌어졌던 사업장 셧다운(폐쇄) 사태가 재현될까 우려하며 방역에 다시금 고삐를 조이고 나섰다.
산업계는 재택근무 비중을 늘리고 대면회의 및 식사, 출장 등을 금지하며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9일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라 오는 12일부터 강화된 사내 방역 수칙을 적용키로 했다. 유흥시설과 노래방 등 중점·일반관리시설 방문을 삼가고, 만약 방문하게 되면 사업장 복귀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했다. 또 10인 이하로 허용하던 대면회의와 교육·행사를 전면 중단하고 회식도 금지했다.
LG전자는 12일부터 국내외 출장부터 외부 미팅, 집합교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앞서 이달부터 재택근무 비중을 축소하기로 했던 LG전자는 최근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재택근무 비중을 기존 40%에서 지난 8일부터 50%로 상향 조정했다.
SK그룹은 4단계 격상에 따라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등에서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100%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한화그룹 역시 전 계열사에 대해 재택근무 가능 부서에 한해 50% 이상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3분의 1 이상은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하는 내용의 강화된 방역 지침을 이날 공지했다. 아울러 대면회의와 업무 이외의 사적 약속과 식사, 출장 등을 금지했다.
현대차그룹은 정부가 이달 초 거리두기 완화를 예고했음에도 기존 방역 지침을 고수해왔다. 현재 사무직의 50%까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국내 출장 제한, 회식 자제, 외부인 출입 금지 등 기존의 강화된 방역 지침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재택근무 비중을 종전의 30%에서 50% 수준으로 강화한다. 시차출퇴근제(오전 7~10시)와 국내 출장 전면 금지, 회의·집합교육 10인 미만 허용 등의 방침은 기존의 수준을 유지한다.
건설사들도 재택근무 인원 확대에 나섰다. DL이앤씨는 거리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본사 재택근무 인원을 30%로 줄였다가 지난 8일부터 50%로 높였다. 한화건설도 이달 1일부터 팀 내 30% 재택근무에서 10%로 줄였으나 이 비율을 다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그간 제한적으로 허용해왔던 대면회의와 교육, 단체 식사, 현장 안전 조회 등을 전면 금지한다.
현장 가동이 중단됐을 때 큰 손실이 불가피한 건설, 철강업계는 현장 폐쇄만큼은 막기 위해 방역지침을 최대한 강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국내 철강사 중 처음으로 당진제철소 주재 직영 및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자체 진행하며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산업계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인한 거리두기 상향만이 아니라 그 원인이 된 변이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재확산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백신 접종이 물살을 타면서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강했지만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오는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를 4단계로 높여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은 4명까지 가능했던 사적 모임이 12일부터는 오후 6시까지만 가능하며 그 이후의 사적 모임은 2명까지만 허용된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0시 기준 1316명으로 전날 최다 기록인 1275명을 뛰어넘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