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종식 외쳤던 美, 약 3주 만에 신규 확진자 2배 이상…“올가을 재유행 예상”

입력 2021-07-09 15:25 수정 2021-07-09 17:54

높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에 힘입어 일상 복귀를 추진하던 미국이 난관에 봉착했다. ‘델타 변이’가 빠른 속도로 우세종으로 등극한 가운데 꾸준히 감소하던 신규 확진자 수마저 증가세로 돌아선 탓이다. 전문가들은 올가을 재유행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세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미국 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1만9347명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0일 올들어 가장 적은 8070명을 기록한 이후 약 2.4배 증가한 수치다. 1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도 지난달 21일 1만2006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약 2주 만에 33% 증가했다. 지난 1월 재확산이 정점에 달한 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신규 감염자 수는 꾸준한 감소세를 보여왔지만 이런 흐름이 반전된 것이다.

CNN도 이날 미 존스홉킨스대 데이터를 분석해 50개 주 가운데 24곳에서 지난주 신규 코로나19 감염자가 최소 10%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델타 변이의 확산이 이러한 증가세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신 데이터인 6월 20일∼7월 3일 집계에서 미국의 신규 확진자 중 절반이 넘는 51.7%가 델타 변이 감염자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2주 전 집계된 30.4%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전 백악관 선임고문인 앤디 슬라빗은 “델타 변이는 ‘스테로이드(근육 강화제)를 맞은 2020년판 코로나19’로 볼 수 있다”며 “그것은 전염성이 2배에 달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가을이 되면 전염 속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런스 고스틴 세계보건기구(WHO) 국가·글로벌 보건법 협력센터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우 위험한 가을로 가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접종률이 가장 낮은 지역부터 대규모 유행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마스크 실내 착용 의무화, 인원 제한 등이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 확산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규 확진자의 약 93%는 백신 접종률이 40% 미만인 카운티에서 나왔다”며 코로나 확진 급증 상황을 밝혔다. CDC와 식품의약국(FDA)의 백신 자문위원인 소아과 의사 폴 오핏은 CNBC에 “백신을 맞은 미국과 그렇지 않은 미국, 2개의 미국으로 갈라질 것”이라며 “백신을 맞지 않은 미국인들은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