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만 해도 6인까지 모임이 된다고 해서 4~5인 예약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다 취소됐어요. 이제 주말 시작되는데 준비했던 것들은 어떡하나요.”
오는 12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된다는 소식이 9일 발표되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깊은 한숨이 터져나왔다. 약 2주 전만 해도 이달 1일부턴 수도권에서 6인까지 모임이 가능해지고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도 밤 12시까지 연장된다는 발표가 나왔던지라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이 더 큰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에서 찜닭집을 운영하는 변모(68·여)씨는 “이제는 대출도 한계 상황인데 지금까지 꾸역꾸역 버텨온 게 너무 허무하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지난 주말부터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고도 했다. 그는 “초복 앞두고 닭을 주문했어야 하는데 얼마나 경황이 없었으면 닭을 주문해야 된다는 생각도 못했다”며 “주변이 다 오피스인데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면 앞으로 2주를 어떻게 버텨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불과 1~2주 사이에 온탕과 냉탕을 오간 자영업자들도 많았다. 서울 중구에서 고깃집을 하는 최모(54)씨는 최근 잡혔던 몇 안 되는 평일 예약들이 다 취소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씨는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한다 하고 백신 접종자한테는 혜택도 준다고 해서 예약이 좀 들어오던 참이었는데 며칠 전부터 손님이 확 줄고, 있던 모임들도 다 취소됐다”며 “(정부가) 바람을 왜 잡았는지 모르겠다. 방역 정책 같은 중차대한 일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쉽게 할 수가 있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은 “카페 사장님들은 작년에 홀 영업정지까지 당했던지라 그때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가 강하다”며 “2주간 거리두기를 강화해서 확진자가 줄어든다면 모르겠지만 수도권만 해서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 오후 6시 이후 사적으로 2명까지만 모일 수 있으며 3인 이상 모임은 금지된다. 오후 6시 이전에는 4인까지만 사적모임이 허용된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수도권에만 한정돼 비수도권 지역으로의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 회장은 “거리두기 4단계 얘기가 나오자 손님들이 ‘천안으로 가야겠다’는 얘길 하더라”며 “업종을 불문하고 모두 셧다운을 하거나 전국에 적용하고 그에 대한 손실보상을 하는 식으로 짧고 굵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의 방역조치 강화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소공연은 “온갖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정부 방역조치에 적극 협조하며 ‘K-방역’ 주역 역할을 담당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내려진 이번 조치로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정부와 국회는 손실보상과 피해지원 금액을 대폭 늘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원력을 높이는 정책을 신속히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