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女중사 사망’ 중간수사발표…10명 기소·16명 징계

입력 2021-07-09 10:02 수정 2021-07-09 10:50
지난달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현실에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 고(故) 이모 중사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뉴시스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고(故) 이 모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피해자 보호, 수사, 보고 등 전 과정에 걸쳐 군의 대응이 부실했던 것으로 국방부 합동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히 부대 전속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그대로 노출돼 옮긴 부대에서 2·3차 피해까지 입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9일 이 중사 사망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날 현재까지 관련자 22명을 입건해 1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또 이미 보직해임된 6명 외에 공군 제20전투비행단장 등 9명을 보직해임 의뢰하기로 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누락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대령)과 늑장 보고를 한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 등 16명은 과실이 중대하다고 판단돼 형사 처분과 별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이날 발표는 지난달 1일 국방부가 공군으로부터 사건을 이관받아 대대적 수사에 착수한 이후 38일 만이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감내하기 힘든 고통으로 군인으로서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고인과 유족께 사과드린다”며 “삼가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광혁 국방부 검찰단장도 “향후 남은 추가 의혹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면서 “기소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될 수 있도록 비위사실을 확인해 보직해임·징계 등 절차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추행 사망’ 총체적 난맥상 확인

검찰단은 수사 결과 이 중사의 원소속 부대인 20비행단부터 공군본부에 이르기까지 사건 발생 이후 처리 과정에서 부실수사, 사건 은폐 등이 상당 부분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중사 사망 발견 당일인 5월 22일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에게 보고했지만, 국방부 조사본부에는 강제추행 사실을 누락시키고 ‘단순 변사사건’으로 허위보고한 혐의로 군사경찰단장과 중앙수사대장 등 2명이 재판에 넘겨져 이들에 대한 중징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미흡한 보호 시스템도 확인했다.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이후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하는 과정에서 공문 처리 시 첨부한 인사위원회 결과, 전출승인서, 지휘관 의견서 등에 피해 사실이 노출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사는 피해 직후 성추행 가해자, 회유·압박을 한 2차 가해자 등과 한동안 지근거리에서 지내는 등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도 되지 않았다.

다만 검찰단은 피해자가 군사경찰에서 최초 조사를 받은 3월 4일 ‘진술 녹화영상’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선 공군중앙수사단 캠코더 9대와 메모리카드 34개 전량을 포렌식한 결과 당시 촬영 및 파일삭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자 진술조서 중 영상녹화 부(不)동의서에 수기로 기재된 ‘부’자 등에 대한 필적과 지문 등을 감식한 결과 피해자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