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값진 1승을 땄다. 김대호 감독의 얼굴엔 안도와 걱정, 자신감 등의 감정이 얼기설기 담겨 있었다.
DRX는 8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서 프레딧 브리온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2대 1 승리를 따냈다.
8연패의 늪에서 간신히 벗어난 첫 승리다. 경기 후 매체 인터뷰에서 김대호 감독은 “이제 한 판 이겼다. 시즌에 한 두 번 미끄러지더라도, 롤드컵을 목표로 하지 못하더라도, 팀의 방향을 잡는 라인업을 만든 거 같다. 오늘의 승리가 시작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좋거나 본질이 뛰어나면 좋은 결과가 따라 올 거라 생각한다”면서 “스크림이나 실전에서도 경기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새로 콜업 된 선수들이 게임에서 지더라도 콜이나 게임 방향성을 잡는 걸 보면서 앞으로 잘 될 것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파격적인 라인업 변경에 대해 “프로 무대를 한 번도 안 뛰어본 신입 둘을 긴급하게 투입하는 건 도박적이고 이례적인 걸 인지했다”면서도 “제 모토가 주어진 정보 안에서 최선을 찾는 거다. 이 스위칭이 최선이라고 판단이 들었다. 차악을 고른다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기존 바텀 듀오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건 아니다. 상성이라든지 궁합이라든지 전체적인 느낌이 계속 발전적이지 않고 멤돌고 있었다”면서 “2군과 1군을 교차로 스크림을 계속 했다. 2군 바텀만 1군에 껴서 정규 스크림을 뛴다든지 하면서 데이터를 속전속결로 쌓았다. 이쪽이 더 좋겠다 싶어서 선수 스위칭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상적으로 잘 스위칭 한 것 같다. 두 선수도 1군 경쟁을 포기하지 않고 수련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이날 승리와 피드백을 모두 건진 데에 특히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첫 출전한 선수들이 언제쯤 한번 겪어야 할 방심, 자만심이 오늘 발생했다. 3세트에서 유리한 와중에 잘린 게 그렇다”면서 “언젠가 한번쯤 겪어야 하는데 이걸 다 겪으면서 승리로 끝냈다. 졌다면 피드백만 했을 텐데, 이기면서 그런 점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연패를 하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승률이 전 세계에서 제일 높다든지 하는 오만함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을 하면서 너무 많은 걸 복합적으로 느꼈다. 태어나서 느껴본 가장 많은 감정이었다. 자아성찰도 하고 입체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스스로 돌이키는 시간을 가졌다. 결과적으로는 연패가 큰 도움이 될 거라 느꼈다”고 말했다.
신인 위주의 팀 라인업으로 인해 오프라인 경기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묻자 김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스크림에서 0승 36패를 할 정도로 팀 자체가 흔들렸다고. 그는 “4일 동안 스크림을 하면서 한번도 이기지 못한 적도 있다. 구도를 바꾸고 밴픽도 바꿔봤다. 개입을 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발전이 없었기에 (대회 패배는) 납득이 됐다. 저희가 한 세트 이긴 젠지전도 신짜오-룰루 조합이었다. 게임의 형태에서 많이 벗어난 승리였다”고 돌아봤다.
SNS에 하는 ‘씨드맥’을 다시 재개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새로운 멤버로 새로운 시작을 했다. 많이 바뀌었다. 승패를 떠나 소통을 다시 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플옵 진출, 그리고 롤드컵 진출을 꿈꿔야 하겠지만, 프로 경력이 처음인 선수들도 있다. 이 라인업으로 롤드컵을 기대하는 건 부담인 걸 알지만 그래도 목표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내년이 더 자신이 있다”고 첨언했다.
끝으로 그는 “끝까지 놓지 않고 지지하고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어느 정도 있는 걸로 안다. 그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다.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