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올림픽 반대하면 반일, 우리 성공 불편하나”

입력 2021-07-09 04:00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뉴시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에 반대하는 사람은 ‘반일(反日)’적이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도쿄신문은 8일 아베 전 총리는 월간지 하나다 8월호 인터뷰에서 “반일적인 사람들이 도쿄올림픽 개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올림픽으로 인한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야당을 향해 “지극히 정치적인 의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의 올림픽 성공이 불편한 것이냐”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일본 야당인) 공산당으로 대표되듯이 역사 인식 등에서도 ‘반일’이라고 비판되고 있는 사람들이 이번 올림픽 개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도 명확하게 반대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5월 사설을 통해 일본 정부를 향해 올림픽 중단 결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도쿄신문은 지난달 자사 여론조사에서 도쿄올림픽 중단을 원하는 여론이 30%에 이른다며 “반일이 아니라 코로나19에 대한 소박한 불안의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칼럼니스트 오다지마 다카시는 “본래 ‘반일’은 국제 정세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친일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외국의 정치 세력과 지도자에 쓰던 말”이라며 “일본인에 대해서는 ‘반정부적’, ‘반체제적’ 등의 단어가 사용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베의 이번 발언은 스스로 ‘넷우익’이라고 커밍아웃한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넷우익이란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우 성향의 이용자들을 말한다.

정치 평론가 고바야시 기치야도 “코로나19로 올림픽이 열리는 데 많은 국민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데도 중단이나 연기를 요청하는 사람들을 반일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 멀리 나갔다”고 지적했다.

야마자키 노조무 고마자와대학 교수는 “의견이 다른 상대를 ‘반일’로 잘라내는 것은 올림픽에 반대하는 사람과 공존할 수 없다고 말한 것과 같다”며 “위험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