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이 받을 충격을 환기하며 사실상 미 통화 당국에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 조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공식 시사하며 ‘긴축 시계’를 작동시킨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인내를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7일(현지시간) IMF 블로그를 통해 “미국의 금리 인상은 세계 금융 여건을 급격히 조이고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심각한 자본 유출을 야기할 수 있다”며 “특히 외부 자금 조달 규모가 크거나 부채 수준이 높은 나라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각한 자본 유출’이라는 문구는 굵은 글자로 강조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돈은 금리가 높은 나라로 쏠린다. 적금을 들 때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은행을 찾고, 은행이 대출금리를 높이면 이자 부담에 대출금을 줄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돈이 궁하거나 빌린 돈이 이미 많은 경우 금리 인상은 자금난을 심화시킨다.
IMF 총재가 이런 원론적 내용을 굳이 강조한 것은 긴축 돌입에 신중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달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테이퍼링에 대해 논의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테이퍼링은 연준이 채권 등 자산 매입을 통해 시중에 공급하던 돈의 규모를 줄이는 조치다. 본격적 긴축인 금리 인상에 나서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달 FOMC에서는 내년이나 2023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 연준 위원이 종전보다 크게 늘었다. 2023년까지는 제로금리를 유지할 테니 안심하라던 연준이 태도를 확 바꾼 셈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인플레이션이나 기대인플레이션(물가상승 전망치)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위험이 있다”며 미국이 예상보다 이른 긴축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경제력이 약한 나라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날 공개된 6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연준도 아직은 긴축에 나서기까지 더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다. 대다수 위원은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에서 ‘긴축’으로 전환할 만큼 경제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테이퍼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다수였다.
테이퍼링 시점에 대한 언급을 우려했던 금융시장은 안도했다. 다우존스, S&P500, 나스닥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고, 긴축 우려를 반영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크게 내려 장중 1.2%대를 터치하기도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