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유행 시작으로 보건소와 역학조사관, 시·군·구 인력의 업무가 급격히 가중되고 있다. 이번 유행은 지난 1~3차 때와 달리 예방접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전례 없는 방역 상황을 감당해야 한다. 유행의 정도가 심해지고, 기간 역시 길어지면 방역 인력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할 수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8일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는 현재 이중고”라며 “같은 인력으로 방역에 대한 조치와 예방접종이라는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업무 부담을 안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만 관련 확진자가 76명 발생한 서울 강남구는 하루 검사건수가 1만건에 육박한다. 이번 유행이 본격화되기 전에도 강남구는 임시선별검사소를 2곳 운영하고 있었으나 최근 현대백화점을 포함해 강남역, 대치역 등 3곳에 검사소를 추가 설치했다. 김은주 강남구청 정책홍보실 팀장은 “강남구는 확진자를 조기 발견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검사를 대폭 늘렸다”며 “지난 6일은 6310건, 7일에는 9750건을 검사했다”고 설명했다.
확진자 급증으로 자가격리자 관리 업무도 늘었다. 전에는 공무원 한 명이 자가격리자 한 명을 관리했다면 지금은 3명을 담당한다. 김 팀장은 “전문역학조사관과 보조인력 등을 88명에서 108명까지 늘렸는데도 역부족이었다”며 “역학조사관이 더 필요해서 중앙정부에 15명을 더 요청했다”고 전했다.
광진구도 상황이 비슷했다. 최근 광진구청에는 진단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이 많아지면서 건물 외벽을 따라 길게 대기줄이 생겼다. 이 줄이 인근 아파트 앞까지 이어지는 통에 아파트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랐다.
장영주 광진구청 언론팀장은 “7일에는 평소보다 검사를 2배가량 많이 했다”며 “평소에는 ‘기침이 나오는데 코로나19가 의심된다’ ‘지금 가면 언제쯤 검사를 받을 수 있나’ 등 코로나19와 관련한 문의 전화가 하루 350통 정도 오는데 7일에는 900통이 왔다”고 했다. 노래방, PC방, 실내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데도 많은 인력이 동원되고 있다. 점검은 주로 저녁시간대 이뤄지기 때문에 밤낮없이 현장을 나가야 한다.
확진자 동선 파악, 접촉자 분류를 담당하는 역학조사관의 ‘번 아웃(탈진상태)’도 우려된다. 지난달 기준 전국에서 활동 중인 역학조사관은 456명이다. 이들이 하루 1000명이 넘는 확진자와 접촉자의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칫 역학조사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수도권의 역학조사 역량이 환자발생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보조 인력을 투입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조인력은 단순 정보 입력 등 보조적인 업무로 범위가 제한된다. 역학 지식을 갖고 조사를 지휘하는 보건의료인 자격의 역학조사관은 확충이 쉽지 않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