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그오브레전드와 메이플스토리를 즐겨 하고, 코인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20대가 제1야당의 입이 됐다. 국민의힘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에서 14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변인에 선발된 임승호(27) 양준우(26)씨 얘기다. 국민일보는 두 대변인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지난 7일 만났다.
두 사람은 기존 정치권을 향한 쓴 소리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임 대변인은 “그간 여야 막론하고 정당이 청년을 대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며 “동원정치라고 해서 선거운동 기간에만 불러 유세 운동을 시킨 다음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는 등 청년을 도구로만 써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기회가) 능력 있는 청년, 능력 있는 국민 모두가 정치에 접근하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상당부분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남’(20대 남성) 대변인 등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들은 청년이라는 틀에 갇히기를 거부했다. 양 대변인은 “(모든 사회 문제를) 청년으로 한정지으면 해결되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가령 청년 일자리의 해결방법은 한국의 경제 상황의 호전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에 대해선 “20대라는 나이 때문에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의 과거 발언에 비추어 적절한 인사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 대변인은 북한 인권 문제에, 양 대변인은 저출산 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양 대변인은 “6개월 임기 동안 저출산 문제 하나만은 제대로 목소리를 내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남녀갈등과 능력주의 같은 2030세대 어젠다에 소신도 밝혔다. 양 대변인은 “민감한 요소일수록 공론의 장에 올려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한다”며 남녀갈등을 성역화하는 정치권의 관행을 비판했다.
임 대변인은 ‘이준석표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을 향해 “(대표의) 능력주의가 결코 능력에 따라, 경쟁에서 뒤쳐진 분들의 사회 안전망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라며 “어떤 채용 과정에서도 경쟁이 있는데 유독 정치권에서만 ‘밀실 임명’ ‘밀실 공천’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정치권 내에 없던 부분에 대해서 도입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 발을 디뎠지만 이들은 여전히 여느 평범한 20대다.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유명 유저 ‘왕토’라는 양 대변인은 “(대변인직을 맡은 뒤) 너무 피곤해서 몇달 만에 일일퀘스트를 처음으로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가 좋아하는 롤 캐릭터는 극딜 아무무다. 활동비와 관련해서는 “외부와 열심히 소통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표께서 더 많이 일할 수 있게 다다익선으로 챙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여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솔로인 임 대변인이 “당과 연애하겠다”고 재치있게 답하자, 같은 솔로인 양 대변인은 “저는 당과는 연애하지 않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경북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임 대변인은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20∼30년이 지나서 여야 상관없이 대화가 참 잘 통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또 “롤모델을 상정하지 않고, 누군가의 키즈도 되지 않겠다. 그냥 임승호만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취업준비생인 양 대변인은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 정상적인 취업길이 막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도 “내친 걸음이라 대선까지는 밀알이라도 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강보현 이상헌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