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아버님이 ‘대한민국을 밝혀라’ 유언…나갈 길 생각”

입력 2021-07-08 17:34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에서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8일 “아버님께서 ‘대한민국을 밝혀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전했다. 6·25전쟁 ‘대한해협 해전의 영웅’으로 불리는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은 이날 새벽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고인의 빈소에는 야권 대선 주자들과 야당 지도부, 정치인 등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최 전 원장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에게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의식이 있을 때 글씨로 남겨주신 말씀은 ‘대한민국을 밝혀라’ 였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육성으로는 ‘소신껏 하라’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부친의 유언을 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한 뒤 가족과 지방 여행을 떠났다가 부친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식에 급거 귀경했다. 부친 작고 전날인 7일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전 원장이 부친의 유훈을 밝힌 건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 정치 활동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 표시로도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부친이 남긴 안보와 애국의 가치가 둘째 아들인 최 전 원장의 정치 행보에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 전 원장도 “(부친 유훈에 따라) 제가 나갈 길들에 대해서 생각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고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대권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도 빈소를 찾았다. 윤 전 총장은 “당연히 와야 할 자리”라면서 “정치를 하고 안 하고에 관계없이 (최 전 원장은) 존경받는 감사원장이었고, 작고하신 어르신은 6·25 때 나라를 지킨, 모든 국민이 존경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정치 관련 언급은 피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러 의원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야권통합의 ‘메신저’ 격인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부친을) 잘 모시고 그 뒤에 뵙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어떤 형식으로 입당을 진행할지는 앞으로 긴밀하게 얘기할 생각”이라고 했다.

최 전 원장 사의에 강한 유감을 표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청와대는 국가유공자인 최 대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호일 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