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 “청소 노동자 사망, 진상 규명 하라”

입력 2021-07-08 17:25
자료이미지 국민일보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다가 사망한 50대 여성이 고된 노동과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는 의혹 관련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가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다.

40여명의 서울대 교수가 가입돼 있는 민교협은 8일 성명서를 통해 2019년에 이어 청소노동자 사망이 거듭된 것과 관련 “이번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교협은 “2019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관계 또는 지위의 우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고,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민교협은 그러면서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노동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폭 늘어난 쓰레기 양 때문에 지난 1년 6개월 동안 매일 100ℓ 쓰레기봉투를 6~7개씩 날라야 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자의 안전, 업무와 무관한 단정한 복장 요구 및 불필요한 시험 시행 등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두 번이나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서울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함이 마땅하다”며 “다른 어느 조직보다 높은 사회적 책임감이 요구되는 교육기관, 그것도 한국의 고등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으로서 서울대 당국과 구성원들의 더욱 철저한 자기반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민교협은 이와 관련 서울대 측에 ▲직장 내 괴롭힘 및 산재 여부를 판정할 공동 진상조사단 구성 ▲현장관리자에 대한 노동권과 인권 교육 강화 ▲학교와 노조의 대화를 통한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이행 모니터링 등을 요구했다.

앞서 A씨는 지난달 26일 밤 11시쯤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의 가족은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집에 돌아오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과 노조 측은 A씨가 과도한 노동과 갑질에 시달렸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A씨는 서울대 안에서도 유독 학생 수가 많고 건물이 큰 기숙사에서 승강기조차 없이 일하면서 매일 100L 쓰레기봉투 6∼7개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날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일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팀장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업무와 상관없는 시험을 보게 하고, 매주 회의에 ‘멋진 모습으로 참석’할 것 등을 강요하는 등의 갑질을 일삼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한 학교 측은 ‘용모 단정’을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에게 정장을 입게 하고 학교 내 시설물의 이름을 한자로 쓰게 하는 등의 시험을 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시험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해 점수가 낮은 청소노동자들이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는 게 노조와 유족 주장이다.

숨진 A씨 남편은 지난 7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학생들의 배달음식 주문이 늘면서 쓰레기의 양도 늘었지만, 학교는 어떤 조치도 없이 군대식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 아내의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면, 출근하는 가족의 뒷모습이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일로 그 누구도 퇴직당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학교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챙기고 노사 협력으로 대우받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