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 덴마크가 써내려가던 동화가 결국 우승이란 해피엔딩으로 끝맺지 못했다. 잉글랜드와의 준결승전에선 페널티킥(PK) 오심 논란과 카스퍼 슈마이켈 골키퍼를 향한 레이저 포인터 공격 등이 발생해 경기 후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덴마크는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전에서 잉글랜드와 1-1로 비긴 뒤 연장전에서 해리 케인에 PK 결승골을 내줘 1대 2로 패했다.
90분 경기를 잘 버텨낸 덴마크의 패배를 결정지은 건 연장 전반 12분 잉글랜드의 주포 해리 케인이 성공시킨 PK였다. 그런데 이 PK골이 들어갈 때까지의 장면들이 논란을 낳았다.
먼저 그라운드 안에 볼이 2개나 존재했단 점이다. 잉글랜드 공격 상황에서 PK를 얻어낸 라힘 스털링이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이어받는 과정에서, 중계화면엔 두 개의 볼이 잡혔다. 어떤 볼로 진행해야 하는지 명확한 상황이었지만 심판들은 계속 경기를 진행시켰다.
여기에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던 스털링의 움직임은 더 큰 논란을 낳았다. 스털링은 드리블 돌파 중 요하킴 메흘레와 접촉 없이 넘어졌는데, 주심은 PK를 선언했다. 다분히 의도적인 다이빙이라 판단할 수 있었음에도 경기 주심은 직접 화면을 보지 않고 경기 결과를 결정지을 만한 판정을 내렸다.
마지막 논란은 케인의 PK 때 나왔다. 이날 웸블리 스타디움은 잉글랜드 홈 팬들로 가득 찼는데, PK 방어를 준비하던 슈마이켈 골키퍼의 얼굴에 레이저 포인터가 계속해서 아른거렸다. PK 방어를 방해하기 위한 ‘비매너’ 행동이었지만, 어떤 제지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슈마이켈 골키퍼는 케인의 슛을 한 차례 방어해냈지만, 결국 거듭된 슈팅을 막진 못했다.
경기 후 논란이 거세다. 아르센 벵거 국제축구연맹(FIFA) 테크니컬 디렉터는 “PK가 아닌데 왜 비디오 판독(VAR)관이 주심에게 직접 보라고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주제 무리뉴 AS로마 감독도 “PK가 아니다. 준결승에서 이런 판정이 나와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심지어 잉글랜드 국적의 게리 네빌도 “객관적으로 이런 판정으로 패한다면 어느 팀이든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당사자인 스털링은 “페널티 지역에서 상대 다리에 걸려 넘어졌기에 명백한 PK였다”고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레이저 포인터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현지 ITV 중계를 맡고 있던 마크 채프먼은 “누군가 관중석에서 레이저 포인터를 쐈다”며 “그들이 누구건 멍청하다. 그런 행동이 슈마이켈을 방해하지 않았길 바란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비록 경기는 잉글랜드의 우세 속에 진행됐지만, 덴마크가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다면 경기 승패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홈경기의 이점을 안은 잉글랜드에 덴마크는 자신들이 써오던 동화를 마감하게 됐다. 다만 핵심 선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심정지로 쓰러지는 아픔 속에서도 29년 만에 준결승에 오른 건 큰 성과로 남게 됐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