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당국이 피터 레스쿠이 주한 벨기에 대사에게 즉시 본국으로 귀환하라고 명령했다. 그의 부인 쑤에치우 시앙씨가 최근 4개월간 2건의 폭행 사건에 휘말린 사실이 보도되면서 내려진 결정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소피 월메스 벨기에 외교부 장관은 7일(현지시간) “더는 지체하지 말라”며 주한 대사를 긴급 소환했다.
월메스 장관은 “환경미화원 폭행 사건을 둘러싼 상황이 현재까지는 불명확하다”면서도 “주한 대사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벨기에 대사의 본국 귀환 명령은) 한국과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벨기에 당국은 지난 5월 레스쿠이에 대사 부인 시앙 씨의 옷가게 점원 폭행 사건으로 대사를 본국으로 공식 소환했고, 오는 8월 이임할 예정이었다.
당시 이들은 경찰 조사에 한해 시앙씨의 면책 특권을 포기했으나, 경찰은 뺨을 맞은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시앙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8월 공식 이임 전에 시앙씨가 또다시 폭행 사건에 휘말리자 벨기에 당국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시앙씨가 지난 5일 공원에서 용산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A씨와 서로 밀치는 등 다툼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내 여론이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당시 양측이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아 사건은 종료됐으나 A씨가 “빗자루질을 하고 지나가는데 몸에 닿았다며 시앙씨가 내 도시락을 발로 찼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국에서 활동 중인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는 “벨기에 국민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두번째 폭행 사건을 현지 언론에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벨기에 국민들도 (시앙씨의 행동에) 어이없어하고 있다”며 “본인이 조금이라도 벨기에나 남편을 생각했다면, 조금이라도 본인에게 있었던 일을 반성했다면 이런 사건이 안 생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앙씨는 중국에서 태어나 벨기에의 국제기구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앙씨를 둘러싼 폭행 논란이 거세지자 중국 누리꾼들은 “벨기에 대사 부인은 한국인이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때린 것이다” 등의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