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위아 사내 하청 비정규직 직원들이 현대위아를 상대로 제기한 직접 고용 요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협력업체 직원의 고용 형태를 도급이 아닌 파견으로 봐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산업계는 이번 판결로 인해 협력업체 직원들의 줄소송이 이뤄질 경우 경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법원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8일 현대위아 사내 협력업체 소속 직원 64명이 제기한 고용 의사표시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위아가 소송 당사자 64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와 근로자 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사업주가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들은 모두 현대위아에서 2년 넘게 근무했고 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않은 업무도 도맡았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현대위아 관계자는 “도급과 파견의 경계가 법령으로 정해지지 않고 법원의 해석으로만 판단하는 상황에서 산업 현장은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현대위아의 협력업체는 인사권 행사 등의 독립성을 갖추고 원청과 분리된 별도의 공정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법원이 불법파견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도급과 파견의 차이는 업무 지시 혹은 지휘권을 행사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다르다. 도급은 도급업체가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지만 파견은 파견업체가 아닌 사용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린다. 법원은 원고들이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위아 공장에 소속돼 직접 지휘·명령을 받고 일을 한 파견 형태라고 본 것이다.
문제는 협력업체 파견 직원들의 줄소송이 이어지게 될 경우다. 현대위아는 현재 협력업체 파견 직원이 2000여명에 달한다. 현대위아 측은 파견 직원 대부분이 사양 산업인 단순 엔진 조립 공정에 투입돼온 만큼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경우 향후 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위아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계에서 불법 파견 갈등은 오래된 문제다. 업계에서 이번 대법원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기도 하다. 현대위아보다 파견 직원 규모가 더욱 큰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등에서도 불법 파견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2010년 대법원이 사내 하청 노동자가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에도 소송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국GM의 카허 카젬 사장 등 임원 5명 역시 한국GM 인천 부평·경남 창원·전북 군산공장의 27개 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 1810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은 “원청의 작업장에서 현장에 있는 기술과 도구를 가지고 정해진 업무 규칙에 따라 인력만 공급한 형태기 때문에 불법 파견이라고 본 판결”이라며 “불법이 인정된 만큼 인건비 부담 등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지웅 김지애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