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범, 미국식 영어로 “DEA 작전이다. 물러서라”
미국 국무부 대변인 “DEA 요원 주장, 완전한 거짓”
주미 아이티 대사 “직업적인 킬러들”…‘용병’ 주장도
카리브해의 빈국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을 7일(현지시간) 암살한 괴한들이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을 가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암살범들이 DEA 요원이라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잘라 말했다.
보시트 에드몽 미국 주재 아이티 대사도 “우리는 그들(암살범)이 직업적인 킬러들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면서 “이것은 잘 짜여진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아이티의 고위 당국자는 “암살자들은 용병들”이라고 강조했다.
모이즈 대통령은 이날 새벽 1시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대통령 사저에서 정체불명의 암살범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도 총에 맞았으며, 숨지지는 않았으나 위중한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특히 암살범들이 DEA 요원 행세를 했다는 주장은 마이애미 헤럴드의 보도로 촉발됐다. 모이즈 대통령 사저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이 당시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이 영상에는 암살범들 중에 누군가가 확성기에 대고 미국식 영어 발음으로 “DEA 작전이다. 모든 사람들은 물러서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마이애미 헤럴드는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검은 복장을 입은 암살범들이 스페인어를 썼다고 전했다. WP는 또 당시 현장을 녹음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에 따르면 한 명의 암살범이 미국 남부지방의 영어를 쓰면서 DEA 요원 행세를 했다고 보도했다. WP는 그러면서 목격자들이 암살범 중 일부는 백인이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암살범들이 DEA 요원일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에드몽 미국 주재 아이티 대사는 로이터통신에 “아이티 정부는 암살범들이 거짓으로 DEA 요원 행세를 하는 비디오 영상을 확보했다”면서 “그들은 DEA 요원이 절대로 아니다”고 말했다. 암살범을 신분을 속이고, DEA에 누명을 씌우기 위해 DEA 요원 행세를 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 극악무도한(heinous) 행위를 규탄한다”면서 “나는 영부인의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아이티 국민들에게 조의를 표한다”면서 “우리는 안전한 아이티를 위해 계속 지지하면서, 아이티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면서 “아이티 상황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대답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아이티 정부가 지금 조사를 진행 중이며, 우리는 그 조사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아이티 정부의) 공식 요청을 받기를 희망한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공식적인 요청을 받았는지는 여부는 내가 확인해줄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아이티 주재 미국 대사관은 안전 문제로 문을 닫았다.
보시트 에드몽 미국 주재 아이티 대사는 “아이티 정부는 미국의 안전 지원을 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