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종아리 때리고 “엎드려뻗쳐” 패륜아들…엄마는 “내탓”

입력 2021-07-08 06:22 수정 2021-07-08 10:04

함께 사는 어머니에게 ‘엎드려뻗쳐’ 명령을 하고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등 1년 넘게 패륜 행위를 일삼아 온 아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피해자인 어머니는 아들의 선처를 바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어머니 B씨에게 폭언을 내뱉으며 명령하기 일쑤였고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둔기를 이용한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이를테면 음식의 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거나, 허락 없이 컵라면을 사왔다거나 혹은 자신의 속옷과 수건을 허락 없이 치웠다는 것을 이유로 A씨는 어머니를 때렸다. 아들에게 저항하지 못했던 B씨는 1년 넘게 아들의 폭력을 견뎠다.

심지어 A씨는 B씨에게 벽을 보고 서게 한 다음 종아리를 때리기도 했다. 또 B씨가 욕실 청소를 하며 가족의 칫솔을 한데 섞이게 했다며 ‘엎드려뻗쳐’를 하도록 한 뒤 “너 인간이 될래, 안 될래”라며 폭언을 내뱉었다. 이 외에도 A씨는 B씨에게 앉았다 일어서기, 기마자세, 머리 박기 자세를 취하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다른 가족이 말렸지만 A씨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A씨는 상습특수존속상해와 존속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오권철)는 지난 4월 “장기간에 걸쳐 자신의 어머니인 피해자를 학대한 것을 넘어 상습적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피해자인 B씨는 아들의 처벌을 바라지 않고 오히려 아들을 감쌌다. B씨는 “아들의 행위에 어머니로서 책임이 있다”며 A씨의 선처를 호소했다.

아버지 역시 “아들의 범행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들이 가정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동시에 보호관찰, 80시간의 가정폭력 치료 강의 수강,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집행유예 판결로 A씨는 다시 B씨와 함께 살게 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