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국민면접과 토론회에 이어 7일 프레젠테이션 경쟁으로 맞붙었다. 8명의 대선주자는 주어진 5분 동안 본인의 정책 비전과 강점 등을 발표했다.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한 박용진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기본소득은 요란한 광고였다”며 정면으로 몰아세웠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불안한 후보는 필패한다”며 우회적으로 이 지사를 공격했다.
민주당은 이날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대통령 취준생 프레젠테이션 면접: 정책언팩쇼’를 생중계로 진행했다. 당초 1시간가량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뒤 대국민 문자투표를 통해 순위를 가릴 계획이었지만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로 취소했다.
후보들은 5분 타이머가 맞춰진 모니터 뒤에 있는 연단에 서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것은 여권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였다. 이 지사는 출마 선언 당시 강조했던 성장 담론과 자신의 추진력을 앞세워 유권자들에 지지를 호소했다.
이 지사는 본인의 대표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과 함께 ‘공정 성장’을 동시에 언급하며 “복지가 성장을, 성장이 복지를 견인한다”고 말했다. 또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공약 이행률이 90%에 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 세계서 약속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실천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며 “누군가의 미래를 알려면 그의 과거를 보라”고 했다.
다섯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 적통 후보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우리는 민주당답게 승리해야 한다”고 프레젠테이션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언급하며 “세 분의 대통령을 거울로 삼겠다”며 “세 분의 대통령께 배웠지만, 더 잘하고 싶다. 민주당다운 승리, 그게 운명 같은 책임”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심에 호소했다. 정 전 총리는 “악랄했던 검찰과 언론, 수구세력의 공격 속에 우리 마음속의 지도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고 만든 게 지금의 정권”이라며 강성 친문 지지층에 호소하는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또 도덕성에 계속해서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는 이 지사를 겨냥한 듯 자신의 도덕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안한 후보는 필패한다. 도덕성만큼은 누구 보다 자신한다”며 고 덧붙였다.
‘이재명 저격수’로 나선 박용진 의원은 이날도 작심한 듯 이 지사를 공격했다. 박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겨냥해 “과대하게 포장된 정책으로 대통령 선거라는 한강을 건널 수 없다”며 운을 뗐다. 이어 본인의 대표 공약인 ‘국부펀드’와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비교한 표를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띄우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연단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던 박 의원은 대기석에 앉아있는 이 지사를 향해 몸을 돌리면서 “진짜 뉴딜이라던 기본소득이 제1 공약 아니냐”며 거칠게 몰아세웠다. 이 지사는 박 의원을 보지 않은 채 메모에 집중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강성 친문 지지층을 의식한 듯 “정신도 심장도 민주당으로 무장하자”며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대통령의 꿈, 그 꿈은 우리 가슴에 노란 깃발이 돼 펄럭이고 있다”고 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취직사회책임제, 육아 사회책임제 등을 골자로 한 ‘고용 복지국가’, 김두관 의원은 계층이동이 가능토록 한 ‘국민 기본자산제’, 양승조 충남지사는 ‘양극화·저출산·고령화 3대 위기 극복’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1시간 정도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이 끝난뒤 뒤 이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박 의원이 프레젠테이션 과정에서 이 지사를 집중 공격한 것에 관해 묻자 “제가 주장하는 정책이 100% 옳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으로서는(박 의원 본인의 정책이) 훌륭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국민이 보기에도 타당할 수 있다”며 여유를 보였다.
자신을 제외한 후보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프레젠테이션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추미애 후보가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감성적으로 와닿는 게 있었다”고 말하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재미(이재명·추미애)연대’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 전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가장 인상 깊었던 후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어떻게 평가를 하겠느냐”며 수초 간 고민했다. 이어 “전달력에서는 최문순 후보, 집중력에서는 김두관 후보였던 것 같다”고 평했다.
‘바지 발언’ 등 토론회에서의 이 지사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표가 줄곧 국가 지도자로서의 품격을 강조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도 이미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계실 것이다.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제안드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파주=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