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지금이 남북, 북·미 대화 최적기…북한 통크게 나와라”

입력 2021-07-08 08:00 수정 2021-07-08 08:00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현 시점이 남북 및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데 있어 최적기라고 밝혔다. 남측과 미국이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돌입하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게 어렵고 설사 대화가 재개된다고 해도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취지다.

이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 임기는 10개월 남았지만, ‘평창의 기적’에 못지 않은 기적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라며 북한도 숙고를 끝내고 대화의 장으로 성큼성큼 나올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통일부 장관 취임 1주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남북 관계가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에 취임했다. 상황 악화를 막는 데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남북 관계를 개선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원내대표 시절 여야 간 많은 갈등을 접했지만 대화를 통해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그런데 통일부는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정말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됐다.”

-‘상반기 남북관계 복원, 하반기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추진’ 일정을 제시했지만 상반기가 끝났다. 하반기에 접어들었는데,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

“상반기가 지났지만 한반도 정세 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남측과 미국이 각각 선거 국면(대선 및 중간선거)에 들어서면 남북 및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이 중요하다. 정세 변화를 위해 해온 노력들을 7월에도 계속할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등 보건·의료 분야부터 쌀·비료 지원까지 규모 있게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 북한의 의사가 중요하다. 한반도 정세는 당사자들 결단에 따라 언제든 전격성을 갖고 진척시킬 수 있다. 북한도 통 크게 (대화에) 나왔으면 한다.”


-임기 10개월 남은 문재인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 10개월을 온전히 사용할 수만 있다면 ‘평창의 기적’ 못지 않은 혹은 그 이상의 새로운 평화의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앞서 언급한 불가역적인 평화 궤도에 진입하는 것이다. 북한도 숙고를 끝내고 대화의 장으로 성큼성큼 나왔으면 좋겠다.”

-공식 또는 비공식 채널을 통한 남북 대화는 이뤄지고 있나. 정상 간 친서도 오갔다는데.

“정부 공식채널을 통한 남북 소통은 지난해 6월 이후 두절된 상태다. 군 통신선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 연락 채널 복원을 시작으로, 남북 대화 재개 및 합의 이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비공식 채널을 통한 소통에 대해선 확인해 드릴 게 없다.”

-북·미 대화 재개를 두고 양측 간 기싸움이 팽팽하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선제적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한 존중과 남북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한 점을 북한도 평가했으면 좋겠다. 미국도 북한이 3년 넘게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일단 북·미 양측이 대화 테이블에 앉으면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든 먼저 대화의 문을 열면 정세 변화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8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향후 정세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데.

“연합훈련 시행 여부와 규모 등을 유연하고 지혜롭게 검토하자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는 훈련 연기나 유보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군사적인 수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반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유연하고 지혜롭게 대처했으면 좋겠다. 북한도 연합훈련에 유연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한·미워킹그룹 종료 이후 양국 간 새 협의체 꾸리기로 했다. 통일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반도 정책 입안·집행을 담당하는 미 국무부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기회를 많이 갖는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 문제 등에 있어 통일부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형태·형식으로 대화에 나설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정리된 게 없어서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

-북한 코로나19 상황은 어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역 부문에서 ‘중대 사건’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는데.

“북한에 코로나19 환자가 나왔다고 판단할 정황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다만 중대 사건과 관련해 ‘방역에 책임있는 일부 인사들이 문책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와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 코로나19 상황이 없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전달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가.

“남북 간 코로나19 백신 협력은 필요하다. 북한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해지면 우리도 훨씬 안전해질 수 있다.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백신 수급에 여력이 생겼을 때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이나 11월쯤 상황을 보면서 북한과 백신 협력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와 관련된 논의가 정부 내에서 검토된 적은 없다.”

-대선을 앞두고 당으로 돌아가 일정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후보등록도 다 끝났는데, 당에 가서 할 일이 뭐가 있겠나(웃음). 꽉 막힌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본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만난 사람=남혁상 정치부장, 정리=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