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눈치만 보고 자라서 사진들이 죄다 눈치 보는 사진밖에 없어요”
유병재와 박나래에 이어 베테랑 코미디언 이수근이 세 번째 타자로 넷플릭스 스탠딩 코미디 ‘이수근의 눈치코치’에 도전한다. ‘눈치력’로 치열한 예능 세계에서 살아남은 이수근의 인생이야기를 담았다.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센스 넘치는 애드립을 던질 수 있는 비결과 강호동·이경규 등 그와 뗄 수 없는 예능 파트너들과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일상생활 속 ‘눈치 게임’으로 고민이 많은 관객이 참여해 이수근의 ‘눈치 코칭’을 받는다.
이수근은 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어떤 에피소드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어렸을 때 사진을 보니까 눈치를 보지 않는 사진이 없더라. 결혼하고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으면서도 눈치를 보는 저 자신을 보기도 한다”며 “가족사를 처음으로 다 오픈했는데 아버지는 안 봤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로 넷플릭스 스탠딩 코미디의 전작을 연출했던 김주형 PD가 연출을 맡았다. 김주형 PD는 “코미디는 생활에 가장 근접한 예능으로 너무나 중요한데도 요즘에 코미디를 하기가 너무 어려운 시대”라며 “코미디를 관찰을 잘해서 잘 과장하고 공감을 얼마나 얻어내느냐가 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국에선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코미디언들이 신선한 아이디어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코미디언이 홀로 무대에 서서 이끌어가야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미국에서 대중적인 장르지만 국내 시청자에겐 생소한 장르다. 코미디쇼 중에서도 정치, 사회에 대한 위트 섞인 풍자를 가감 없이 풀어 던지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국내에서 도전하기에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이수근은 “개그콘서트와 같은 공개 코미디에서 ‘고음불가’를 설 때 겁이 나지 않았다. 무조건 관객들이 웃는 무기가 있었다”며 “단독으로 쇼 이어간다는 것 정말 설레는 도전이었고 오랜만에 배가 아플 정도로 긴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목을 ‘이수근의 눈치코치 스탠드업 코미디’가 아니라 ‘이수근의 눈치코치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바꾸고 싶다”며 “살아온 인생이 다 녹아 있는데 그만큼 제 얘기를 많이 했다. ‘뭐가 재밌겠어?’에 포인트를 잡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수근은 강호동을 향해 “야생 호랑이가 아니라 사육사에게 잘 길러진 동물원 호랑이”라며 “시베리아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을 것”이라며 넉살을 부렸다. 그러면서 “강호동 선배님은 선후배 눈치를 많이 보는 스타일”이라며 “좋은 얘기하고 남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는 인성을 배웠다. 저는 호랑이 새끼 같다. 호랑이는 절벽으로 떨어뜨려 살아남는 새끼만 키운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