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노조 “청소노동자 이씨 사망은 사회적 죽음”

입력 2021-07-07 17:38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 50대 여성 이모씨가 지난달 27일 숨진 채 발견됐던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의 청소 노동자 휴게소 모습. 서울대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이씨가 서울대 측의 군대식 업무지시와 과도한 노동 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최현규 기자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로 근무하던 50대 여성 이모씨가 지난달 27일 오전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두고 서울대 노조는 “이씨의 사망은 사회적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동료들은 관리자가 청소 노동자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서울대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7일 기자회견에서 “서울대가 이씨에게 군대식으로 업무 지시를 내렸고 이씨는 최근 노동 강도가 심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며 “서울대의 갑질이 이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씨 등 청소 노동자를 총괄하는 관리자 A씨가 올해 새로 부임한 후 청소 노동자들이 괴롭힘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남편은 기자회견에서 “아내는 서울대에 일하러 왔지 죽으러 오지 않았다”고 흐느꼈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업무 회의에 ‘드레스코드(입어야 하는 옷)’를 지정해 사실상 착용을 강요하기도 했다. A씨가 청소 노동자들에게 보낸 공지 메시지엔 ‘정장 또는 남방(셔츠)에 멋진 구두를 신고 가장 멋진 모습으로 참석’이라고 적혀있다. 노조는 “근무 기강을 잡기 위한 군대식 관리”라고 지적했다.

업무와 관계없는 내용의 필기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공개한 사실도 드러났다. 노조가 공개한 시험지에는 ‘우리 조직이 처음 개관한 연도’ ‘919동의 준공연도’ 등을 묻는 질문과 함께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시오’ 등의 문항이 적혀있다. 노조는 “업무와 무관한 시험으로 성적을 매기고 공개해 노동자들에 모욕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했다”고 했다.

노조는 서울대 산재 사망이 반복되는 이유로 학교 측의 대응을 꼽았다. 노조는 “서울대의 ‘겉보기식 조사’와 대책, 관리자들의 직장 내 갑질 그리고 증가하는 노동 강도에 대한 무책임 때문”이라면서 “이씨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예방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019년 8월에도 서울대에선 청소 노동자가 1평(3.3㎥) 남짓 휴게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었다. 당시 폭염에도 휴게실에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방 장치가 없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