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올림픽] 개·폐회식 해도 잔치는 없다

입력 2021-07-07 16:28
도쿄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일본 도쿄 신국립경기장에서 지난 5월 9일 육상 테스트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올림픽을 단순한 스포츠 제전 이상의 ‘지구촌 축제’로 완성하는 것은 개·폐회식이다. 각국 선수들은 개회식에서 국기를 들고 입장해 선전과 화합을 다짐한 뒤 17일의 열전으로 들어간다. 올림픽의 마지막 행사인 폐회식에선 서로를 격려하며 재회를 기약한다. 개·폐회식은 올림픽에서 국적과 종목을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은 선수가 어울리는 화합의 장이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에서 이런 잔치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선수들의 출입국 일정을 분산한 도쿄올림픽은 개·폐회식마저 최소 인원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코로나19 방역 지침서 격으로 참가자에게 배포한 플레이북을 보면, 각국 국가대표는 올림픽 선수촌에서만 숙박할 수 있다. 다만 입촌은 경기 5일 전부터, 훈련장 이용은 4일 전부터 가능하다. 개회식은 오는 23일 일본 도쿄의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다. 따라서 육상, 골프, 근대5종, 스포츠클라이밍처럼 오는 28일 이후에 첫 경기를 시작하는 종목 선수들은 개회식에 참석해도 선수촌에 들어가거나 훈련을 시작할 수 없다. 개회식 불참이 불가피하다.

선수들은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 48시간 안에 일본을 떠나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다. 메달권에 도달하지 못하고 조기 탈락한 선수는 올림픽 출전 사흘 만에 귀국할 수도 있다. 오는 27일에 모든 일정을 끝내는 태권도, 31일 남자 개인전 결승을 마지막으로 5개의 금메달을 모두 결정하는 양궁처럼 한국의 주력 종목 선수들은 다음달 8일로 예정된 폐회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21세기 들어 올림픽 개·폐회식은 개최국의 발전과 경제적 풍요를 세계로 과시하면서 각국 선수들을 들러리로 세우는 무대로 변형돼 ‘돈 잔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행사 규모를 축소할 도쿄올림픽에선 이마저도 용납되지 않는다.

더욱이 객석의 50%, 최대 1만명까지 허용할 계획이던 도쿄올림픽 관중 대책은 무관중, 혹은 비율 축소로 변형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 도쿄도를 포함한 도쿄올림픽 개최 주체들은 8일 화상 회의에서 관중 대책을 논의한다. 도쿄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만 500명 이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무관중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개·폐회식에서 함성은커녕 절제된 박수소리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7일 “선수 입장을 포함한 도쿄올림픽 개회식 구성에 대한 내용이 아직 일본에서 전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은 국가대표 232명과 임원 122명을 포함한 354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동행하지는 않는다. 제한적으로나마 선수 입장식이 거행될 경우 여자 배구대표팀 주장 김연경(33)과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18)는 공동 기수로 태극기를 맞잡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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