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데브시스터즈가 서비스하는 ‘쿠키런’의 게이머들이 뿔났다. 게이머들은 “급진적인 과금 체계 변경을 단행해 게이머들 불만은 인내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했다”고 일갈했다. 게이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최근 게임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 신사동 일대에 시위 문구가 담긴 트럭까지 보냈다.
‘쿠키런’은 캐릭터를 골라 장애물을 피해 최대한 멀리까지 전진해 기록을 세우는 모바일 러닝 액션 게임이다. 6일 제보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는 지난달 29일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시즌6 업데이트를 통해 과중한 과금을 유도하는 ‘수호카드’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수호카드는 돈을 내고 랜덤으로 장비를 뽑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뽑은 카드를 게임 내에서 사용해 기록을 비약적으로 올릴 수 있는데, 여러 장의 카드를 한 게임에서 중복해 사용할 수 있게 구현됐다. 돈을 많이 써 최고급 카드를 다수 뽑을수록 기록 수립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게임이 설계된 셈이다. 이로써 ‘핵과금(돈을 과도하게 써 고급 유료 아이템을 뽑음)’ 게이머와 무과금 게이머간의 격차가 벌어지며 ‘pay to win(돈을 써야 이김)’ 게임이 됐다는 게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주장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게이머를 중심으로 한 업데이트 반대 운동이 적극 벌어졌지만 게임사는 끝내 업데이트를 강행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선 ‘롤백(서버를 이전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요구하는 글이 빗발쳤다. 이 게임을 메인 콘텐츠로 삼아왔던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도 해당 업데이트에 대해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제보자는 ’쿠키런: 킹덤’이란 신작을 출시한 뒤 ‘오븐 브레이크’ 운영이 소홀해졌다면서 “QA 검수를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매 업데이트마다 일어나는 표기오류, 보상오류, 각종 버그, 느슨하고 느린 대처로 게이머들은 피로해질대로 피로해졌다. 그런데 시즌6 업데이트로 게이머들의 불만은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했다”고 전했다.
게이머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게임사가 위치한 곳 일대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트럭엔 ‘게임성 파괴하는 시즌6 업데이트 롤백하라. 삼가 쿠키런의 명복을 빕니다’란 문구가 적혀 있다. 이 게임을 4년 이상 플레이했다는 한 유튜버는 “업데이트 후 게임을 접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매 운동은 쿠키런 시리즈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게임사의 과도한 과금 조장에 대한 게이머들의 의견 개진은 점점 과감해지는 추세다. 게이머들은 트럭 시위나 불매 운동, 입장문 표명으로 게임사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국회에선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의무화 등을 담은 개정안이 관련 상임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시리즈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75% 상승하는 실적 신기록을 세웠다. 게임사에 따르면 ‘오븐 브레이크’는 이 기간 역대 분기 매출 기록을 갈아 치웠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있는 데브시스터즈의 주가는 지난해 대비 20배 가까이 뛰었다.
데브시스터즈 측은 “내부적으로 이번 사안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현재 이용자 모니터링 및 데이터 분석 등을 토대로 게임 환경을 개선하고 시스템 밸런스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알려왔다. 게임사측은 내용이 정리되는대로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안내하겠다고 첨언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